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총수의 "황제경영"을 시정하고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되자 재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재벌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면서도 책임은 지지않는 기업경영 행태가 기업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가 큰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출자규제와 실물투자 간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출자총액규제를 이용, 재벌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유도하고 기업 내·외부의 견제시스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 때문에 경영권이 남용되고 기업지배구조가 왜곡된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며 탁상공론에 가까운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반시장 규제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조속히 폐지해 크게 위축돼 있는 기업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측은 공정위가 소유와 지배의 괴리도가 클수록 수익성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괴리도가 작은 그룹들이 대부분 경영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반면 괴리도가 높은 삼성그룹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한국기업 중 가장 많은 순익을 내고 있고 국제적 평가도 가장 높다는 반론도 펴고 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공정위와 재계간의 시각이 정반대이고, 공정위와 재경부간에도 유사하다. 하지만 재벌총수들이 얼마 안되는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마치 자기 전유물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나타났듯이 4대 재벌의 총수 일가는 간접소유지분을 포함하여 평균 8.8%의 지분으로 35.2%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운용되지 않았던 1998년부터 2001년까지 30대 재벌의 설비투자는 고작 2%밖에 늘어나지 않았으나 이들의 출자총액은 16.8조원에서 50.8조원으로 3배이상 증가, 재벌들이 시설투자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재벌체제를 유지하고 계열기업을 지배하는 데는 많은 출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재계가 공정위의 논리에 반박하기 위해서는 이치에 맞고 구체적인 반론을 펴야 할 것이다. 공정위도 재벌개혁이 아무리 중요하다고는 하나 개혁의 목적과 함께 바람직한 대안과 우선순위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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