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타델미술관

▲ 프랑크푸르트 슈타델미술관 전시장. 청소년 대상 현장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의 관문이다. 전 대륙 항공기들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경유해 전 유럽으로 퍼져간다.

혹시라도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하거나 경유할 일이 생긴다면, 하루나 이틀 즈음 시간을 내 프랑크푸르트 시티투어와 인근 도시 한두곳을 더 여행하길 권한다.

프랑크푸르트는 마인강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기에 좋다. 집약된 문화 지구에서 색다른 예술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하이델베르를 다녀오자. 기차로 1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자동차를 렌트하면 더 편리하다. 대도시 프랑크푸르트에 비해 전원도시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오가는 시간과 도시 전체를 다 둘러봐도 반나절이면 된다.

마인강 따라 ‘박물관 지구’ 형성
도심 흉물인 고건물 30여개 문화시설로
엄격한 심의 거쳐 일관된 콘셉트 유지

박물관 지구의 핵심 ‘슈타델미술관’
슈타델의 메세나 정신 이어받아
프랑크푸르트 은행들 보유 작품 기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이 기공식을 가진뒤 6개월이 지났다. 아직은 기반공사를 위한 사전작업이 한창이다. ‘미술관’의 특성을 가늠할만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곧 베이스가 다져지고, 건축물이 올라가면서, 윤곽이 어렴풋이라도 느껴진다면 울산 최초 공립미술관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관심도 더 늘어날 것 같다.

▲ 프랑프푸르트 마인강변 박물관지구 전경.

최승훈 울산광역시 문화예술특보는 2년 전 울산과 처음 인연을 맺으면서 시립미술관 규모가 너무 작은 것 같다는 시민들의 불만을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특보는 시립미술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는 답변을 내놓은바 있다. 미술관 본관을 시작으로 울산 중구 원도심으로, 그 다음엔 각 구군으로 차례차례 각각의 특색을 갖춘 작은 미술관을 지으면 된다고 했다. 덧붙여 작은 미술관에 대해 특보는 ‘가지를 뻗는다’는 의미로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분관이 아니라 ‘지관’(枝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공통점은 있으나 각각의 특색으로 차별되는 공간이라는 의미였다.

규모와 형태는 다르지만, 유럽의 관문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어렴풋이 그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처럼 프랑크푸르트에는 마인강(江)이 흐른다. 도심 한가운데 마인강을 중심에 두고 각각 강남과 강북에 마주하듯 문화공간들이 자리한다.

강북지역은 뢰머광장을 중심으로 현대미술관, 쉬른 쿤스트할레, 괴테하우스가 있다.

강남지역에는 강둑을 따라 전시규모와 주제가 다양한 박물관들이 몰려 있다. 이름하여 ‘박물관 지구’(Frankfurt Museum Street)다.

▲ 프랑크푸르트 슈타델미술관. 개관 전 관람객들이 일찍부터 줄을 서 있다.

박물관지구는 도심 내 골칫덩어리였던 고건물을 활용책을 강구하다 시작된 사업이었다. 전후 도심 전체가 폐허가 되었지만, 지역 곳곳에 남은 19세기 건축물들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흉물로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부흥기와 맞물린 이 도시문화 정책으로 30여 개 문화시설이 마인강변 주변에 세워진 것이다.

오래된 양식을 그대로 남겨둔 채 실내 만을 리모델링 해 개관한 곳도 있지만 현대적 디자인 개념을 가미해 전혀 새로운 분위기의 건물로 재탄생한 곳도 있다.

다만, 엄격한 제한과 심의를 거쳐 박물관지구 전체 이미지에 거스르지 않고 마인강변 전경과도 어울리는 콘셉트를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슈타델미술관(Stadelsches Kunstinstitut)은 박물관지구의 가장 핵심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은 독일에서도 가장 유명한 컬렉션을 확보한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취재를 위해 이른 아침 그 곳으로 향했다. 긴 대기줄이 서 있었다. 어림잡아 200m 이상은 돼 보였다. 티켓팅을 한 뒤 한참 기다려서 입장을 했다. 전시장 관람을 하던 중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 미술관으로 오던 길, 강을 건너기위해 다리를 건널 때 스쳐 지나쳤던 80대 노파였다. 어림잡아 그 노파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새벽 찬바람 부는 강변을 3㎞ 이상 걸어왔다. 노인은 수전증에 걸린 손으로 연필과 스케치를 손에 들고 벽에 걸린 명작을 보면서 따라 그리기를 반복했다. 문화도시에 사는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는 어떤 것일까. 신체적 한계나 지리적 어려움을 이겨낼 만큼 문화와 예술에서 얻는 충만감은 강렬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박물관지구 인근 공공기관에서 프랑크푸르트의 문화산업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을 만났다. 그에게 아침에 본 슈타델에서의 경험을 들려주니, 그는 미술관을 만들게 한 ‘슈타델’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슈타델은 프랑크푸르트의 성공한 금융가였다. 자신의 사재와 소장품으로 마인강변에 슈타델미술관을 건립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프랑크푸르트에는 지금도 그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고 했다. 금융산업도시인 프랑크푸르트 내 은행들은 너나 없이 일정기간 회사에 비치했던 작품을 슈타델미술관에 기부한다고 알려줬다.

슈타델미술관은 작품 구입비를 절약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획전으로 시민들의 관람 욕구를 충족시킨다. 은행들은 작품이 걸려있던 빈 자리를 메우려고 또다른 작가의 새로운 작품들을 구입한다. 새 작품 또한 일정시간이 지나면 협의를 거쳐 미술관에 대체로 기부된다. 시민으로부터 얻은 수익을 문화로 되돌려 주는, 이른바 메세나 사이클의 전형이다.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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