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 앓던 워싱턴 50대男
트럼프 “공황 빠질 이유 없다”
전체 확진자 69명으로 집계돼
감염경로 불명확 잇따라 우려

▲ 미국 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긴급회견을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사망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미국 내에서 감염 경로가 불명확한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기저질환을 앓아오던 워싱턴주 50대 남성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돼 숨졌다. 이 환자는 커클랜드의 에버그린헬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사망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이 환자가 지역사회 전파를 통해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환자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레드필드 국장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 환자가 신종코로나 감염자와 긴밀히 접촉했다거나 신종코로나에 노출될 만한 나라로 여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6일 신종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60세 미국인이 이 질환으로 숨진 적은 있지만 미국 내에서 신종코로나 감염에 따른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종코로나 관련 기자회견에서 미국인들에 “공황(패닉)에 빠지지 말라”며 침착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추가적인 환자들이 나올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건강한 사람들은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공황을 조장할 어떤 것도 하지 말라고 정중히 요청한다”며 “왜냐하면 전혀 공황에 빠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사망자를 50대 여성이라고 말했으나 이는 CDC 레드필드 국장이 잘못 보고한데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는 “워싱턴주 주민이 신종코로나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슬픈 날”이라며 “이 바이러스로 숨지는 사람이 없는 날이 오도록 일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인슬리 주지사는 이날 워싱턴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주정부 기관들이 모든 필요한 자원을 동원해 신종코로나의 대량 발병 사태에 준비하고 대처하라고 명령했다.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필요할 경우 주 방위군도 동원할 수 있다.

워싱턴주에서는 또 사망자 외에도 새로운 ‘추정 양성 환자’가 2명 더 나왔다고 시애틀·킹카운티 보건 관리인 제프리 두친 박사는 말했다. 추정 양성 환자란 주 공중보건연구소가 실시한 신종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됐지만 CDC로부터는 아직 최종 확진을 받지 않은 사례를 가리킨다.

주 연구소들은 CDC가 배포한 검사 키트로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일부 연구소에서는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들 두 환자는 모두 커클랜드의 요양시설인 ‘라이프 케어센터’와 연관돼 있다. 한 명은 40대의 여성 의료 종사자로 역시 이 질병과 연관지을 만한 여행 이력이 없다. 다른 한 명은 라이프 케어센터에 입소한 70대 여성으로 심각한 상태로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다. 특히 이 요양시설에는 이들 추정 양성 환자 외에도 호흡기 질환이나 폐렴 증상을 보이는 많은 환자들이 있다고 두친 박사는 말했다. 보건 관리들은 이 사태가 신종코로나 집단 발병 사례인지 조사하고 있다.

두친 박사는 이 요양시설의 입소자와 직원 등 50여 명이 신종코로나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종코로나 감염 사례가 늘며 미국 내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69명으로 늘었다고 CDC는 이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등 미 서부에서 감염 경로가 불명인 환자가 잇따르면서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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