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우리말을 정확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글 맞춤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제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 원칙에 의해 우리말을 사용하지만, 실제 활용할 때에는 고려할 사항이 많다.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김남미)에 나오는 몇 가지 단어를 소개한다.

‘몇 월 며칠’ 표현에서 ‘며칠’을 ‘몇일’로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발음 현상 원리를 제대로 지킨 것이다. ‘몇 월’을 발음하면 [며둬ㄹ]로 소리 나기 때문에 [며칠]로 소리내기 위해서는 ‘며칠’이라고 표기해야 한다. 그래서 ‘몇 월 몇일’이 아니라 ‘몇 월 며칠’이라고 표기해야 맞춤법에 맞다.

한자어 중에도 적용이 어려운 단어가 있다. 온라인 구매가 많아지면서 ‘결제(決濟)’라는 단어와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데 ‘결재(決裁)’와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재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내용을 검토하고 허가하거나 승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재를 받는다’ ‘결재를 올린다’라고 표현한다. 한편 결제는 일을 처리하여 끝낸다는 뜻과 증권 또는 대금을 주고받아 거래 관계를 끝맺는 일을 이르는 경제용어이다. ‘결제 자금’ ‘카드로 결제하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사는 과정에서는 먼저 금액을 ‘결제’하고 구매 자체를 최종적으로 ‘결재’하면 된다.

‘개발(開發)’과 ‘계발(啓發)’도 정확하게 구분해 사용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산업, 자원, 신제품은 개발한다고 해야 하고, 지능, 창의력, 외국어 능력은 계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개발’과 ‘자기 계발’은 모두 맞춤법에는 맞는 표현이다. 문장의 흐름인 맥락을 살펴보고 맞추어야 할 것이다. ‘개발’이라는 단어에는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계발’에는 일깨워 주다, 인도한다는 등의 의미가 있다. ‘상상력을 계발해야 한다’ ‘학생들의 소질이 계발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인성을 계발한다’ 등의 문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소리 나는 대로만 적는 것이 아니고, 어법에 맞도록 적어야 한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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