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결전의 날이 다 됐는데도 선수가 누군지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 말이다. 매번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정당간의 이합집산이 계속되거나, 후보공천이 늦어지거나 등이 그 이유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세가지가 한꺼번에 발생한데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첫 도입으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정당선거에도 불구하고 정당마저도 분명하지가 않다.

3월6일이 재외 선거인 명부 작성 마지막 날임에도 아직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았다. 울산의 선거구는 변화가 없겠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제시한 ‘표준인구’(2019년 1월을 기준, 하한 13만6천565명)를 적용하면 인구 하한에 못미치는 지역구가 3곳, 상한을 넘기는 지역구가 15곳이다. 18개 지역구에서 선거구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44일 밖에 안 남은 선거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 선거구가 오리무중이라니 어이가 없다. 선수가 규칙을 정하는 말도 안되는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이같은 불상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게 틀림없다.

비례위성정당을 둘러싼 논란에다 정당간의 선거연대도 계속되고 있다. 미래한국당의 출범으로 다급해진 민주당이 핵심인사들의 ‘비공식 테이블’ 합의에 이어 시민단체들로부터 창당 제안서를 받고 사실상 비례대표 의석을 겨냥한 비례정당 창당에 착수했다. 미래통합당도 보수연대의 외형적 통합이 완성됐다고는 하나 안철수계 의원들을 속속 받아들이면서 외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정당의 진정성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변화무쌍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후보 등록일이 26~27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천시한이 24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공천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울산지역의 경우에는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공천 속도가 미래통합당보다 빠르다. 민주당은 중·동구 2지역구를 남겨두고 4곳의 공천을 마무리했다. 울주군에 김영문 전 관세청장이 단수 후보로 확정된데 이어 남구갑 심규명 변호사, 북구 이상헌 국회의원, 남구을 박성진 전 남구의원이 경선을 통해 공천이 확정됐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송병기 전 울산시경제부시장은 남구갑 공천 경쟁에서 탈락했다. 미래통합당은 아직 한곳도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두 전직시장이 맞붙은 남구을은 경선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중구는 난데없는 추가공모로 공천신청자를 5명으로 늘려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출마예정자들은 선거운동도 할 수 없는 갑갑한 상황이다. 공천이라도 빨리 끝내서 후보자를 파악할 시간이라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공당의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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