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이 배제된 포용적 성장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달성 어려워
사회 모든 분야에 청렴 구현돼야

▲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우리는 청렴이라고 하면 흔히들 조선시대의 청백리를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이다. 조선시대 전체기간 중에 청백리로 선정된 사람은 ‘전고대방(典故大方)’이라는 기록에 의하면 태조때 5인, 세종때 15인, 명종때 45인, 정조 때 2인 등이며 순조 때 4명을 끝으로 218명이 선정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의 세도정치에 따른 관리의 기강 문란과 탐관오리의 만연으로 갈수록 선정된 인원이 적어졌다.

개화기 무렵 많은 서양인들이 조선을 방문하였으며 당시의 기록을 남겼다. 이중 비숍은 당시 백성의 삶을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묘사했다. 비숍은 처음에는 가난이 조선인의 게으름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풍요롭게 사는 러시아의 조선인 이주마을을 방문하면서 그 인식이 바뀌었다. 백성들이 가난한 것은 열심히 일해 재산을 모아보았자, 탐관오리가 어떻게든 명목을 달아 이를 빼앗아 갔으며 그들은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대런 에쓰모 글루와 제임스 로빈스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그들의 저서에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시스템이 포용적(inclusive)이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이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노력한 대가만큼 그 성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일부 계층만 기회를 얻고 성과의 과실을 얻는 배제적(exclusive) 제도로 운영된다면 국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러한 포용적 성장의 개념이 경제 정책적 측면에서 처음으로 받아들여 진 것은 2009년 세계은행에서 비롯되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양극화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성장에 따른 혜택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도 포용적 성장정책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게 기회를 얻고 성장 혜택을 함께하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포용적 성장을 미시적으로 우리 삶에 대입해 본다면 또 다른 함의를 얻을 수 있다. 기업 내, 기업 및 개인 간에 배타적인 행위가 만연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불공정한 채용과 관련해 공공부문에서부터 민간부문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또한 언론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약탈하는 대기업,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강요받는 하청기업 등 경제 주체간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접하고 있다. 불공정한 행위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월한 힘을 가진 주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배제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포용적 성장은 거시적인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다. 사회의 각 주체들이 모두 공정하고 청렴하게 행동할 때 비로소 포용적 성장이 가능하리라 본다. 과거 우리는 청렴이라면 공직분야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 선조들의 청백리 정신을 전 사회적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회장인 ‘울산공공기관 감사협의회’는 근로복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울산항만공사, 동서발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등 울산지역 9개 공공기관이 2014년부터 사회적 가치 실현, 청렴문화 확산과 갑질문화 근절을 위해 함께 뜻을 모아 상호협력하고 있다. 특히 금년도에는 울산지역 청년들을 위해 참여기관의 취업설명회, 소외계층에 대한 나눔 봉사활동, 기능경기 선수 지원협력 등을 중점사업으로 선정해 청렴하고 함께하는 사회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조선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루어내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 주변에 있는 배제적 성장의 요소가 무엇이 있는가를 살펴보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필자는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청백리, 원청기업의 청백리 등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청렴을 구현하는 이들로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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