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종수 울산 개인택시기사

인류의 역사를 볼 때 문화는 그 시대 변천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돼 왔다. 근대 농경사회는 농사짓는 일이 하나의 문화였고 한번 익혀놓으면 그것으로 평생 먹고 살았다. 오직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잘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삶의 지혜로 여겼다. 그 때는 특별한 정보도 없었으며 정보매체가 발달되지 못해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어려웠다. 오직 정보매체 역할을 한 것은 유일하게 마을에 사는 대학생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 대학생은 강단에서 교수로부터 들은 정보(지식)를 고향에 와서 자연스럽게 얘기하다보면 역시 대학 물먹은 놈이 똑똑하다는 말을 듣던 시대였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발달하고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화시대에는 수많은 정보매체를 통해 그것을 아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대학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누구나 노력만 하면 시공(時空)을 떠나 얼마든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가 있다.

농경사회에서 농사짓는 법이 유일한 지식이고 생활수단이었다면 정보화 시대에는 새로운 문화를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느냐가 생활수단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문화를 배우지 않으려고 한다. 한마디로 골치 아픈 존재로 여기고 배움에 대한 노력을 거부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옛날의 농경문화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문화를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고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다시 말해 신문화라는 큰 배가 도착했을 때 빨리 갈아타지 않으면 혼자 급물살에 떠내려가는 형국이다. 옛날에 없었던 언어와 생활정보들이 생겨나 그것을 이해 못하면 대화와 소통이 어렵고 오히려 생활이 불편해진다. TV뉴스를 보지만 내용을 깊이 이해 못하고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눈만 껌뻑이다 만다. 그래서 자연히 바보가 되어가는 것이다. 오늘날 정보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길잡이 역할도 하지만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생활수단이 되고 있다.

현대문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해오면서 하드웨어라는 괴물 속에 소프트웨어라는 엄청난 콘텐츠가 칼춤을 추게 하고 있다. 손가락 하나로 지옥과 천국을 경험할 수 있고, 나아가 손가락도 필요 없는 AI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현금도 카드도 없이 택시를 탈 수 있고, 핸들을 놓고도 차를 운행할 수 있다. 인간생활의 모든 것을 빅 데이터로 분석하고 답도 얻을 수 있다. 문화는 인간을 더욱 편리하고 즐겁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창조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편리만 믿고 스마트 기능에만 의존하다보면 인간을 나태하게 만들고 때로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양면의 칼날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일찍이 필자는 AI 자율주행차 만큼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쳐오고 있다. 세상의 모든 생물체는 각자 살아 움직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병이 들고 죽는다. 자동기기도 컴퓨터로 이뤄져 있어 전자회로에 먼지가 낀다든가 해킹을 당한다든가 에러가 발생하면 고장이 난다. 아무리 빈틈없는 설계로 완벽을 기했다고 하지만 고장이란 변수가 담보되지 않으면 그것은 실현불가능한 일이다.

AI기기 중에도 가전제품은 사용하다 고장 나면 애프터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자동차만큼은 운전중에 고장 나는 순간 그것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런 주장을 견지해오던 중에 구글의 AI관련 CEO가 AI자동차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전해 듣고 순간 자존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인간이 현대문명을 창조할 때 선과 악이 항상 공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도 역시 인간의 솔직한 고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변종수 울산 개인택시기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