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원 차단 실패와 섣부른 대응으로
코로나 확산일로 대통령 사과 있어야
그리고 문책보다는 사태수습부터 하자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우한(武漢)코로나’(코로나19를 중국이 ‘코리아코로나’로 몰아가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대구코로나’ 등 상식 이하의 용어가 난무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우한코로나’로 씀)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4212명(3월2일 정오 기준)에 이르렀으며, 사망자 26명 중 여럿이 병상부족 탓에 입원도 못한 채 자가격리 중 사망하는 등 상황이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국의 의료영웅들이 대구로 몰려들어 거의 온몸으로 우한코로나를 막아서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는 이 영웅들의 헌신과 노고에 가장 높은 단계의 경의를 표하고 감사해야 한다.

이번 우한코로나 확산은 정부-여당의 무능과 아집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를 발하기 시작한 1월11일부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중국인 입국제한을 주장하기 시작한 1월26일까지 우리 정부에서도 총리를 비롯하여 행자부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본부장 등이 상당한 강도로 우한 사태에 대한 경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염병 퇴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인 감염원 유입차단은 시행되지 않았다.

1월26일부터 2월18일까지 6차례에 걸쳐 의협이 제안한 중국인(중국발 외국인) 입국제한은 모두 묵살되었다. 더 기가 찬 것은 그 이유를 여당 대변인이 ‘의협의 정치적 판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코로나가 확산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입국한 한국인’ 때문이라고 수차례 힘주어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협보다 ‘훨씬 권위 있는’ 감염병학회는 중국인 입국제한을 요청한 바 없다는 엉터리 주장을 했다(감염병학회는 2월2일에 이를 요청했음).

그 사이에 확진자 발생이 주춤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대최악의 실책을 범하게 된다. 그는 2월13일 경제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자’ ‘집회를 취소하지 말라’ ‘한국이 세계적인 모범사례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중국발 입국을 제한했는데 우리는 아주 실효적으로 잘했다’ 등등 정부-여당의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그리고 국내 최초의 사망자가 나온 날인 2월20일에는 역사에 길이 남을 ‘청와대 짜파구리’ 오찬이 벌어졌다. 그 다음은 확진자 대폭발이었다.

결국 정부-여당은 쓴소리가 듣기 싫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료방역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감염원유입차단이라는 가장 기본적 방책을 중국 눈치 보느라 ‘무식할 정도로 용감하게’ 미리 제외했던 것이다. 정부-여당에서는 ‘지금에 와서는 중국발 입국통제(차단)가 실효성이 없어서 시행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신천지’와 중국에서 입국하는 ‘한국인’에게 현 사태의 탓을 돌린다. 일견 그럴 듯하지만, 최근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이 강릉에서 확진됨으로써 정부의 주장도, 박능후 장관의 주장도 모두 다 틀리게 됐다. 그동안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발 외국인들에 대하여 입국을 통제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중국으로부터 수십만 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을 다녀갔고, 그 중 무증상 감염자나 경증 환자가 품어내는 우한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미 ‘신천지’와 ‘한국인’을 넘어서서 전 지역을 감염시켰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 이제 수습이 필요하다. 우선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기저질환이 있었건 노령이었건 그건 핑계도 되지 못한다. 수십명의 생명이 꺾인 이유를 대통령은 사과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발 감염원차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끝으로 ‘닥치고 대구-경북’이다. 모든 자원과 설비를 대구-경북에 집중하여 일단 이 전선을 막아내야 한다. 촉새가 떠들도록 놔두지 말라. 구체적 책임추궁은 그 다음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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