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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앞으로 10년 후의 울산 산업 모습을 상상해 보자. 산업의 활력이 넘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공급하는 도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산업이 쇠락해 인구가 계속 유출되는 도시로 남을 것인가? 이 질문에 그 누구도 단정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1962년 울산공업지구 지정 이후 울산은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심장으로서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산업형 도시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주도 산업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 불황으로 산업이 침체 되어 앞으로 울산의 미래는 그 어느 때 보다 불확실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울산 산업이 침체된데는 글로벌 조선 경기 불황 탓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균형적인 산업구조에도 원인이 있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울산 주력산업은 소수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수직계열화된 공급망 구조로 인하여 하청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즉 위기시에도 국내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자생력 있는 기술 중소기업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울산지역 산업통계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울산 제조업체 수는 대기업 14개사, 중소·중견기업 7300여개사이나, 소수 대기업의 매출액 비중이 67%로 중소·중견기업 비중 33%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일부 대기업의 경기가 악화되면 바로 울산 산업 전체로 확산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그리고, 울산기업의 R&D투자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 최하위 그룹에 속해 기술개발보다는 대기업의 하청생산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실정이다.

앞으로 조선 경기는 다소 회복되겠지만 과거 시절로의 복귀가 쉽지 않으며, 자동차산업은 친환경·자율주행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부품산업도 급격한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현재 2만여개 부품에서 최대 7000여개 부품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도 중국 시장의 자급도가 높아지면서 그 활력이 지금보다 못할 것이다. 이러한 시장환경변화로 인하여 울산은 향후 10년내에 주력산업의 ‘퍼펙트 스톰’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급변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산업도시 울산은 통찰력 있고 실효성 있는 산업정책 전략을 수행해야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3D프린팅 등 신산업을 울산에 착근시키는 노력과 함께 대기업과 기술 중소기업이 균형 있게 성장해 나가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제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해서 고용이 많이 늘어나는 시대는 지났다. 대기업은 고임금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자동화 투자 등과 같은 제조공정혁신을 추진함에 따라 국내 고용을 쉽게 늘려나갈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기술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유치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이슈에도 독일경제가 안정적인 것은 글로벌 대기업과 함께 소위 ‘히든챔피언’이라고 불리는 많은 기술강소기업이 산업 곳곳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산업도시 울산에도 현대, SK 등 글로벌 대기업과 함께 작지만 강한 기술중소기업의 이미지를 입힐 때가 되었다. 울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랑할 수 있는 기술중소기업 100개를 보유하면 어떠한 산업침체도 견디어 나갈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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