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70년 인생 관통 사랑의 정의
적극적이고 정열적인 문체로 노래

 

‘반구대 암각화’를 사랑한 한국문단의 대모, 김남조(93) 시인이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를 펴냈다.

그는 1927년에 대구에서 태어났으니 올해 만 93세가 됐다. 등단해 시를 쓴 세월만 70년이다. 시 인생으로 치면 고희나 마찬가지. 한 사람의 일평생에 버금가는 시력(詩歷)이다. 범인은 감히 짐작도 못 할 내공과 사연이 켜켜이 쌓여있을 듯하다.

그런 노(老)시인이 <충만한 사랑> 이후 3년 만에 새 시집을 내놓았다. 상수(上壽·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사랑을 노래한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정열적이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말한다.

‘긴 세월 살고 나서/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이즈음에 이르렀다/사막의 밤의 행군처럼/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그 이슬 같은 희망이/내 가슴 에이는구나’-‘사랑, 된다’ 전문

▲ 김남조 시인

사랑만 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는 깨달음과 지혜의 소산이라고 할까. 더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자고 거듭 말한다. 평생 1000여 편의 시를 써오며 가장 많이 다룬 주제가 사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생을 더 살고 알아갈수록 그에게는 사랑이 더욱 절실한 것 같다.

김 시인은 울산과도 인연이 깊다. 불과 2년 전,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우리 문단의 힘이 필요하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중견시인 36명과 함께 반구대암각화를 시문학으로 풀어내는 화시전(畵詩展)에 앞장 서기도 했다. 사랑의 힘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김 시인이 수천년 세월을 힘겹게 버텨 온 선사인의 숨결이 더이상 잦아들지 않도록 울림의 시어로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화시전은 시를 쓴 시인의 육필원고를 직접 전시한 것으로, 본보 지면을 통해 가장 먼저 소개됐으며 이후 울산은 물론 전국순회전이 마련됐다.

한편 김남조는 서울사대 국어교육과를 나와 시집 ‘목숨’ ‘사랑초서’ ‘귀중한 오늘’등과 수필집, 콩트집 등 다수 저작을 펴냈다. 한국시인협회장, 한국가톨릭문인회장 등을 지냈고 대한민국예술원상, 만해대상, 3·1문화상, 국민훈장 모란장,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숙명여대 명예교수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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