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몇 개월 앞두고 있는 연초부터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역주의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대선주자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행을 거리낌 없이 계속하고 일부 유권자들까지 가세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구시대 정치를 종식시키고 새 정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정치권의 다짐과는 딴판이다. 망국병으로까지 지칭되는 지역감정 문제를 강 건너 불 구경하는 듯이 바라보는 일부 유권자들의 이기주의도 실망스럽다.

지난 10일 충남지역 재경향우회 조직인 충우회와 충청리더스 합동 신년교례회 자리에서 나온 발언은 충격적이다. 세상 물정을 알 만큼 알고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다는 인사들이 는 등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새 정치 논의가 물꼬를 트기 시작한 직후 여야 3당의 대선주자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이같은 문제성 발언이 제기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십년 동안 지속돼 온 지역주의 정서가 이제 국민들의 의속속에 고착화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럽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 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고문이 직접 참석했고 일본 방문 중이었던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대변인을 대신 보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임 참석에 대해 이런저런 명분을 늘어 놓고 있으나 한 마디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지역주의에 제동을 걸어야 할 대선주자들이 오히려 더 확산시킨 셈이 됐기 때문이다.

지역주의는 구시대 정치가 존립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해 왔다. 구시대를 떠받쳐 왔던 지역주의를 허물어야 새 정치가 들어설 새로운 기초를 닦을 수 있으며 그것은 남북 간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 할수 있다. 새정치 실험이 커다란 호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지금이 우리의 정치의식 속에서 수십년 간 배회해 온 지역주의, 지역감정 망령을 쫓아낼 좋은 기회이다. 국민 통합과 지역감정 타파는 이제 정치인들뿐 아니라 새 정치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들의 바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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