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일반적 범위 뛰어 넘는 사례
크고 빠른 성장 이룬 한민족의 저력으로
바이러스와 전쟁에서도 아웃라이어 되길

▲ 박혜원 울산대 교수·보육교사교육원장 한국아동학회장

2월초 <기생충>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 BTS의 빌보드차트 석권 등 젊은 세대들의 멋진 쾌거에 우리 국민들은 매우 고양되고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미처 축배를 다 마시기도 전에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4일 현재 세계 90여개 국가에서 입국을 거부하거나 제한하는 위험국으로 몰락했다. 한국의 우방과 주요 교역국에서조차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경고도 없이 공항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거나 격리하고, 국적기를 회항시키고 있다. 이것이 선진국대열에 진입했다는 한국의 위상인가? 직접 이런 대접을 받았을 당사자들의 좌절과 분노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봄꽃이 피기 시작하고 모든 교육기관이 새학년을 맞이하여 생기가 가득해야 할 3월이지만 언제 개학을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민 모두 불안과 좌절에 빠져있다. 경제활동이 거의 중단되고 국민의 건강과 목숨이 걸린 일임에도 정치적 계산에 바쁜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일반적 사례들의 범위를 뛰어 넘는 사례를 아웃라이어(outlier)라 부른다. 스웨덴의 통계석학 한스 로스링(Hans Rosling·2015년)은 한국이 UN의 국가중 아웃라이어라고 부를 성공적인 자료를 많이 보였다고 했다. 한국이 영아사망률, 평균수명, GDP 등에서 거의 최저수준에서 최고수준으로 가장 빨리 변화한 유일무이한 아웃라이어 즉, 예외라는 것이다. 한국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다시 한번 아웃라이어가 되어야 한다. 가장 빨리 신종코로나를 극복한 아웃라이어!

필자는 10여년전 후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도쿄 도착 후 버스를 타고 후지산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고속도로상에 간이정거장이 있었는데 버스기사는 손님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정거장에 들어가서 버스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서 확인하고서야 문을 닫고 떠나는 것이었다. 도쿄에서 후지산까지의 모든 정거장에서 그야말로 메뉴얼대로 행동했다. 효율성을 위해 적절히 ‘융통성’을 실천하는데 익숙한 나는 너무도 융통성없는 기사의 태도가 처음에는 우스웠지만 점점 답답해졌다. 아마도 일본어가 가능했다면 “아무도 없는데 그냥 통과합시다”라는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아직도 그 여행에서 기억되는 것은 후지산의 아름다운 실루엣이 아니라 융통성 없이 지침을 준수하던 기사와 지침을 믿고 불편함을 수용하는 교양있는 승객들이다.

바이러스를 퇴치하려면 과학적이고 신뢰할만한 지침과 이를 준수하는 국민의식이 필요하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의 교훈은 어디가고 이런 사태를 겪고 있을까? 정부는 정치적 편향과 무관하게 최고의 전문가들을 중용하고 비상한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만 하더라도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가장 빨리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았고, 최우방인 한국 일부지역으로부터의 입국도 금지했다.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이 안전하지 않다면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외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바이러스는 철저히 막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한국 의료진과 IT기술을 활용해 최고의 치료처방을 내고 정확한 감염정보공개를 통해 국내의 전파를 최소화해야 한다. 마스크와 병상, 그리고 의료진을 충분히 확보해서 국민들이 안심하며 건강을 지키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로부터 배운 교훈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또다른 바이러스를 신속히 퇴치할 수 있도록 의료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또다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것을 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 몫이다. 한국을 여러 국가가 모델로 삼고 있는 발전의 아웃라이어로 만든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융통성없다고 할 정도로 철저하게 지침을 준수해서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자. 자신이 바이러스 보균자일 수 있다면 즉시 당국에 알리고 지침을 따라야 한다. 마스크 사재기, 유언비어 퍼뜨리기, 확진자 비난하기 등은 사라져야 한다. 봄이 끝나기 전에 전세계에서 K-POP, 다이나믹 코리아를 열광하는 함성이 다시 울려 퍼지기를 기원해 본다. 박혜원 울산대 교수·보육교사교육원장 한국아동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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