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불안감에 환불 요구

여행업체 난색 표명으로 갈등

입국제한땐 약관따라 수수료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으로 여행객 수가 줄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생애 첫 유럽여행이자 퇴사여행으로 이달 초 이탈리아로 떠날 계획이었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신종 코로나에도 여행을 강행하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이탈리아 현지 사정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남부투어, 바티칸 투어 등 대부분의 일정이 취소돼 환불과정을 밟고 있다.

#B씨는 4개월 전 여행사를 통해 태국여행을 예약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무조건 14일 이상 격리가 될 것 같고, 공항내 전염 가능성도 높아 여행상품 예약 취소를 요구했는데 여행사로부터 ‘항공권 예약이 완료돼 계약금을 환불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행을 취소하고 싶어도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불만도 속출한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94곳이다. 입국을 금지한 곳은 38곳, 검역 강화와 격리 등을 통해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56곳이다.

현재 한국 국적 항공사와 여행사 대부분이 입국 제한·금지 국가에 대한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 국가와 항공사, 여행사 정책에 따라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가 아닌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로 떠나는 경우 약관에 맞춰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아예 입국을 막거나 격리 조치를 할 경우 여행에 차질이 생기지만, 이외의 상황에서는 여행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항공권 등은 수수료 없이 취소하더라도 현지 사정으로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수수료를 대거 물게 하거나 취소 자체를 허용하지 않기도 한다. 일정 변경을 허용해주는 곳이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막연하게 여행을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달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갔던 34명의 국민이 사전 통보없이 공항에 격리되고 베트남 하노이·호찌민 공항 착륙 불허 등 입국 금지·제한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례들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여행·항공 예약을 취소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1월20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여행 위약금 관련 상담건수는 178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28건)의 3배 수준이다.

민원이 늘자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한국여행업협회 측과 만나 중재에 나섰다.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위약금 없이 환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협회 측에서는 입국 금지나 격리 조치가 아닌 검역 강화 단계에서는 원칙대로 위약금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지역 내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아예 여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액 환불은 어렵다. 여행 업체도 환불을 도와주고 싶지만, 현지에서 환불을 해줘햐 하는 문제도 있다. 계약금 환불 관련 의무 법적 조항도 없고, 가뜩이나 신종코로나 사태로 여행업계 전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여행사만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도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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