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아담 스미스가 가장 경멸한 사람은 ‘시스템에 갇힌 사람’이었다. 이들은 이상적인 사회를 그리기 위한 비전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그것이 이상적 상태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 자신이 만든 비전에 파묻힌 그들은, 그로 인해 자칫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의도치 않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사회의 구성원들을 자기 멋대로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 역시 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사회를 임의로 개조하려고 했다. 아담 스미스는 정치인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경고를 던진다. 선출된 직책에 충실했던 그들이 결국 자신들이 내건 비전이 완벽하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기 쉽다는 것을’ (러셀 로버츠, ‘내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세계사 2018).

겨울은 유난했다. 진영의 칼은 섬뜩했고 휘두를 때마다 생겨난 경계는 선명했다. 선명한 경계의 선상에서 진영은 끊임없이 충돌했고 이때 생긴 불의의 관성은 급기야 과학의 영역까지 흔들었다. 대한의사협회의 권고를 정치적 판단이라 무시했다. 관념이 지지하는 반쪽에만 집착했다. 직관은 빗나갔고 대가는 끔찍했다. 과학적 진실이 진영의 경계에 갇혀 인간세(人間世)에 굽이치지 못하면 인간의 고통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만시지탄 떨어지니 눈물이요(民淚落) 들리느니 한숨이다(怨聲高). 더욱 섬뜩한 것은 주홍글씨와 마녀사냥, 책임전가를 향해 어른거리는 정략적 음모다.

봄 산의 연두(軟豆)는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연두는 능선에 막혀 애잔한데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치떨리는 노여움은 어느새 능선을 타고 넘어 봄 산에 가득하다. 그러나 진실로 서글픈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각자도생해야 될 민초들의 운명이다. 하지만 사람들아, 우리 몸에는 아직까지 약 300종류의 수없이 많은 면역세포가 있고 언제든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사투를 벌일 준비가 되어있다. 위생수칙을 엄수하되, 언제든 사투를 벌일 우리 몸의 면역계를 위하여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라. 과로했다면 충분히 쉬어라. 골고루 잘 먹되 절주하고 금연하라. 잘 자되 잠이 오지 않으면 눈을 감고 가수면(假睡眠)이라도 취하라. 생활의 리듬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제 각자도생은 우리들의 의무다. 부디 무사하길.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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