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관찰시설로 활용중이던
푸젠성 취안저우시 7층 호텔
격리자·의료진 등 71명 매몰
당국 코로나 승기 자평속 악재

▲ 지난 7일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에 있는 신자호텔 건물이 무너져 내려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이 한 아이를 구조해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강제 격리 시설로 쓰이던 7층짜리 호텔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데는 단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8일 중국 매체들에 공개된 폐쇄회로(CC)TV 화면 속에서 푸젠성 취안저우(泉州)시에 있는 신자(欣佳)호텔 건물은 2초 만에 폭삭 주저앉았고 일대는 순식간에 무너진 건물에서 나온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호텔 건물은 폭격을 맞은 듯 완전히 붕괴해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건물을 지탱하는 뼈대 역할을 하던 철골 빔은 엿가락처럼 휜 채 겉으로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중국 당·정은 신종코로나 저지전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자평하면서 크게 악화한 민심 수습에 나선 터였지만 이번에 다시 대형 악재를 만나게 됐다.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5분(이하 현지시간)께 신자호텔이 완전히 붕괴해 격리 대상자 58명을 비롯해 의료진 등 총 71명이 무너진 건물 내부에 갇혔다. 이와 별도로 9명은 스스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소방관 및 구급대원 등 800여명과 소방차량 67대, 구급차 15대 등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돼 밤샘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48명이 구조됐다. 구조된 이들 가운데서는 한 살배기 아기와 부모도 있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순간 아기의 아버지는 아이를 품에 끌어안아 거의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부모의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조된 이들 가운데 10명이 숨졌고 38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23명은 여전히 무너진 건물 사이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 계속 나머지 실종자들을 찾고 있다.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현장 소방대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루 숙박비가 100위안(약 1만7000원)가량으로 저렴한 이 호텔은 저장성 원저우(溫州) 등 상대적으로 신종코로나 환자 발생이 많았던 다른 중국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일정 기간 강제 격리 하는 ‘집중 관찰 시설’로 활용 중이었다. 중국의 많은 도시는 후베이성 등 자국 내 ‘중점 지역’에서 온 사람이 관내에 들어올 때 14일간 지정 시설 또는 집에서 격리한 후에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7층 건물 중 신자호텔이 2~6층을 사용하고 1층과 7층에는 상점들과 회사 사무실 등이 들어서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외교 당국은 사고 호텔에 한국 국민은 없던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이번 사고가 나던 시간, 이 건물 1층에서는 개조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돼 현지에서는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국의 1차 조사 결과, 사고가 난 전날 밤 호텔 1층의 빈 상가 점포 개조 공사를 진행 중이던 현장 근로자들이 기둥 변형 현상이 나타난 것을 발견해 건물주에게 알렸다. 하지만 3분 뒤에 호텔 건물은 갑자기 붕괴하고 말았다.

현지 당국은 이번 붕괴 사고가 건물에 있던 결함 또는 이번 개조 공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건물주를 체포해 자세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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