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문제소설’
작년 문예지 게재작 가운데
현대문학 전공 교수들 선정
작품성 높은 소설 12편 소개

 

현대문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들이 선정한 소설 문제작들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2020 올해의 문제소설>(푸른사상)에는 지난 한 해 문예지에 게재된 소설 중 작품성이 우수한 12편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올해의 문제소설>은 제목에서 알려주듯 두가지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우선 ‘올해’라고 하는 동시대성에 대한 구체적 반영이며, 또 하나는 강단에 서는 대학교수들의 전문적 시선을 경유하며 획득되는 ‘문제’의식의 구체화다.

연애, 결혼, 가족, 노년의 삶, 여성적 유대, 시대의식 등을 다룬 다양한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겨 있어 일반 독자들은 소설 읽는 재미와 감동의 깊이를 다르게 느끼게 된다. 스토리의 다양성은 물론 다수의 등장인물이 만드는 갈등과 극복의 대서사를 접하며 다른 듯 닮아있는 나와 우리 시대 모든 이들이 처한 징후를 경험하게 만든다.

또다른 한편에선 창작실의 수많은 작가들이 영향을 받게된다. 동시대 문학인의 소설을 통해 한국 문단의 미래를 가늠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정영수의 ‘내일의연인들’, 박상영의 ‘동경 너머 하와이’는 불안정한 시대 속 젊은 세대의 불안을, 연애와 가족 등 여러 형태의 사랑과 이해를 소재로 다룬다. 최은미의 ‘보내는 이’에서는 결혼 이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랑과 집착을 바라볼 수도 있다. 부모의 사고 이후 외삼촌에게 위탁된 소녀의 침묵과 치유를 그리는 손보미의 ‘밤이 지나면’, 아들 부부를 잃은 뒤 과거에 못 박힌 것 같은 기억들과 함께 살아가는 노년의 삶을 그린 윤성희 ‘남은 기억’도 있다.

김금희의 ‘기괴의 탄생’은 타인의 삶에 대하여 굴절되고 흩어지는 우리 시대의 굴절된 심리를 그린다. 백수린의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은 사춘기의 열정 속에서 분열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심리를 되살린다. 억압적인 상황에도 소중한 것을 간직하려는 윤이형의 ‘버킷’,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도 있다. 김사과의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역시 강렬하다. 한국적 가족의 기억을 복원하는 박민정의 ‘신세이다이 가옥’, 한 여성의 죽음에서 여성 존재를 그리는 강화길의 ‘오물자의 출현’도 흥미롭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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