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죽련 중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사회적 거리 두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생긴 새로운 용어다. 이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서 개인 간의 간격을 3m 이상 유지하자는 것인데,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는 예방지침의 하나다. 여기에서의 거리감은 물리적인 거리 두기로, 심리적인 혹은 감정적인 거리 두기가 아니다. 하지만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서로 멀어지게 하고 있다. 겨울이 끝나고 경칩을 지나 봄이 문턱까지 왔는데도 얼어버린 마음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쩌면 바이러스가 주는 공포보다 서로의 눈길마저 외면하는 굳은 얼굴이나 텅빈 가게들과 작은 공장들에서 나오는 한숨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방역 관련 공공 기관의 캠페인에 협조하고 개인 위생 수칙을 잘 지킨다면 필요한 사회 활동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건강이나 목숨만큼 중요한 것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 활동이 멈추는 것은 결코 모두를 위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중구 청소년문화의집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부터 몇 개의 프로그램실을 차단하고 급기야 지난달 23일부터 전면운영중단이라는 결정을 구청에서 통보를 받았다. 기업과의 연계프로그램도 일시 중단됐고, 동아리 모집 등 청소년활동이 모두 미뤄졌다. 비단 우리 기관 뿐 아니라 노인복지관, 청소년진로직업체험센터 등 사람들의 이용이 많은 장소는 대부분 이런 조치가 취해졌다.

중구청소년문화의집은 하루에 100명이상의 청소년이 이용하고 한달이면 거의 3000여명이 이용한다. 아파트 밀집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기관이라 주말이면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청소년들의 자기개발을 하는 곳이며 학교와는 또 다른 형태의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러기에 이 사태가 안타깝기 이루 말 할 수 없다. 문화의집을 찾던 청소년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학이 23일로 연기되고 학원들도 학생들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미디어들의 보도를 보니 게임을 주로 하는 피시방만 성업 중인데 밀집된 실내 공간이어서 부모들의 걱정이 더 크다고 한다. 개학 때쯤이면 문화의집도 정상운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청소년지도사들은 정상운영에 대비하여 보다 나은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어쩌겠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는 말처럼 이번 기회에 청소년지도사들은 학교나 학원과는 다른 새롭고 차별화한 인성과 진로 상담,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들을 구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그동안 청소년문화의 집에 관심과 지원, 후원을 아끼지 않은 많은 후원자, 기업, 운영위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한편 후원자들과의 연대와 연계를 더 확대할 수 있도록 상호간의 심리적인 친밀감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보다 나은 청소년문화의 집으로 거듭나는 재충전의 기회를 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소년기관에서 청소년지도사들은 새삼 청소년들의 존재와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인 것 같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끝나길 바랄 뿐이며, 그래서 청소년이 활짝 웃으면서 달려올 그 때를 기다려본다. 청소년지도사들은 그 어느때 보다 밝은 미소로 그들을 포옹하고 맞이할 것이다.

사스는 정부 발표의 공식 종료 선언까지 8개월이 걸렸고, 10년 전의 신종플루는 무려 76만명의 감염자와 263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 정도로 사회 전체가 공포에 떨지 않았고 비교적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같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 물리적인 거리는 가능한 유지하되 심리적으로는 오히려 더 가까워져야 한다. 지자체가 선제적 행정 지원에 나서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협력하고, 많은 기업과 개인이 뜻을 모으는 것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 보게된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힘인 것이다. 봄이 어느새 우리 곁에 왔다. 우리의 일상에도 봄이 오기를 바란다. 탁 트인 야외로 나가 신선한 봄바람이라도 맞아보자. 이죽련 중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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