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세 1만명에 육박
정부, 결국 초강경 대책 꺼내
술집·카페 등 야간운영 중단
재소자 가족면회 금지에 반발
교도소 20여곳서 폭동 사태도

▲ 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소자의 가족 면회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자 9일(현지시간) 밀라노의 산비토레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교도소 지붕 위에 올라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중국 밖 우한’이 된 이탈리아가 9일(로마 현지시간)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리는 등 준전시 상태에 접어든 모습이다.

이날 이탈리아 정부는 하루 전 발표한 ‘북부 봉쇄’ 행정명령을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대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9일 오후 6시 기준 신종코로나 전국 누적 확진자 수가 917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대비 1797명 증가한 것이다. 사흘 연속 1000명대 증가세다. 누적 사망자는 전날 대비 97명 증가한 463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해 “지금이 이탈리아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며, 신종코로나와 싸움을 전시에 비유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탈리아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가혹한 조치’를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이동제한령은 10일 0시를 기준으로 발효된다. 이어 다음달 3일까지 6000만명의 이탈리아 국민은 업무·건강 등 불가피한 이유를 제외하곤 거주지역에서도 어느 곳으로도 이동할 수 없다.

콘테 총리는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기차역이나 요금소, 도시를 잇는 도로나 공항에서는 시민들의 이동 목적을 묻는 경찰 검문이 강화됐다.

하루 전 봉쇄령이 내려진 밀라노 중앙역에는 검문소가 세워졌다. 평소 여행자로 소란한 밀라노역은 8일 밤 이용객이 급감했으며, 일부 이용객은 이동 사유서를 작성해 경찰에 제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교도소 내 가족 면회를 금지하고 일일 외출자 수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도 함께 발표했으나 이에 반발한 재소자들이 전국 20여곳의 교도소에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콘테 총리는 이러한 혼란에도 신종코로나와 싸우기 위해서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며 강행을 시사했다.

신종코로나와 전쟁은 이탈리아인의 일상과 문화가 완전히 중단된 모습이다.

정부 조처에 따라 술집과 식당, 카페들도 오후 6시 이후 야간 운영을 중단했다. 야간영업 중단 조처도 북부에서 전역으로 확대됐다. 이들 음식점과 상점 등은 제한된 시간 동안 영업을 허용하되 고객 간 최소 1m 이상의 안전거리를 지켜야 한다.

영화관과 극장, 박물관 등 모든 문화·공공시설도 잠정 폐쇄됐으며,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를 비롯해 모든 스포츠 경기 및 행사도 아울러 중단됐다.

이탈리아의 경제·금융 중심 도시이자 관광객으로 붐비는 밀라노의 거리는 카페와 상점들이 대거 문을 닫고 행인도 볼 수 없이 고요가 감돌았다. 문을 연 상점들도 대부분은 손님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에 이용자간 거리 1m를 유지하라는 정부 조처가 필요없을 정도라고 로이터통신은 묘사했다. 밀라노 시내 중심에 위치한 ‘라 리라센테’ 백화점의 한 점원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건 처음 본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도 로마 시내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나타났다. 로마 중심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바쁜 아침 시간에도 커피가 6잔밖에 팔리지 않았다면서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폐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함에 따라 병상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마시모 갈리 사코병원 감염병 전문의는 “최근 롬바르디주 병원에 대한 압박이 엄청난 수준”이라며 “신종코로나가 우리 보건 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아주, 아주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갈리는 “롬바르디주에 있는 신종코로나 환자 중 일부만이 음압병실에 입원한 상태”라며 “대부분의 환자가 음압병실에 있지 않아 다른 환자나 의료진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라고도 지적했다.

롬바르디아 주정부의 안토니오 페센티 긴급대응팀장은 지역 의료·보건시스템이 “붕괴 일보 직전”이라며 중환자실 병상 부족으로 병원 복도와 수술실, 회복실을 중환자실로 임시 개조해 사용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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