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유가 20달러 예측
소비 줄면서 디플레이션 우려
코로나 추이에 변동 가능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폭락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0달러 언저리로 떨어졌다. 전 거래일 대비 30% 가까이 폭락한 수치다.

장중 한때 배럴당 27.3달러로 떨어지며 2016년 2월(26달러)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가 급락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우려에 더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에 합의하지 못한 영향을 받았다.

일각에선 산유국 간 ‘치킨 게임’이 진행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할 경우 디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확산으로 경제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물가상승 압력을 추가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WTI 가격은 배럴당 평균 58달러로, 9일 가격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코로나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성장세 둔화로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한 것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2월 소비자물가는 코로나가 일부 품목의 가격 하락에 한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해외여행 경비, 항공료, 생화(生花) 가격 등이 내렸다.

앞서 지난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0.4%)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가 부상한 바 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로 물가 하방 압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인구절벽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수요 측 물가 상승 요인이 부재하고 코로나로 소비심리 위축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와 물가가 장기간 동반 하락하는 디플레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도 0%대에 머물 가능성은 커졌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물가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0.4%를 기록한 바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원유도입단가(중동산 80%·기타 20% 기준)를 배럴당 59달러로 가정했다.

중동산 원유 시세가 WTI보다 다소 높게 형성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 국제유가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당장 디플레이션에 빠져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코로나 사태의 여파는 결국에는 해소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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