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울산의 보건의료
1차 보건의료시스템 구축하고
민-관의료 협업문제 보완해야

▲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한 달 만에 다시 쓰는 칼럼의 소재가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 상황이 참담하다. 이 와중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이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카뮈도 절망과 공포에 대응하는 인간의 대조적인 모습을 <페스트>에서 묘사했다.

등장인물 중 시청 말단 공무원인 그랑은 작은 일일지라도 행동으로 옮기며 나 아닌 우리를 위하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의사 리외는 세상에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몸을 돌릴만한 가치 있는 것은 없다는 말은 하지만 현실은 참혹할 뿐이다. 리외는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에게 가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사람들과 연대해 의료자원봉사대를 만들어 현실을 극복하려 한다.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는 사람들이다. 카뮈는 두려운 현실 앞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것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항하는 길임을 제시한다.

반면 혼란을 가중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나라를 혼란의 도가니로 만든 이 특정 종교는 협조하지 않고, 숨고, 숨기며, 거짓말하며 심지어 확진자의 자가격리 지침까지 어기고 민폐를 끼친다. 국민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검찰은 왜 가만히 있는가. 공포와 갈등을 조장하며 조악한 물건을 찍어내듯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는 매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마스크 부족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국민들은 지금 바이러스와만 싸우는 게 아니라 사회악적 종교, 공평치 못한 검찰, 가짜뉴스 만들어 내는 언론, 국민은 안중에 없는 정치인들과 심리전까지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은 메르스 때보다 신종코로나 대응은 훨씬 잘하고 있다고 한다. 확진자 30여명 나온 토론토에 사는 교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확진자 7000명이 넘은 한국으로 피신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그 만큼 투명하게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말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정부의 행보를 ‘과감한 투명성(radikale trasparenz’으로까지 표현하며 칭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필자의 눈엔 의사 리외처럼 질병관리본부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의료 외의 분야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힘겹지만 신종코로나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우선 보건의료분야에서 울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관협동을 통한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을 전면 보완해야 한다.

구체적 방법은 첫째, 맞춤형 질병예방차원의 민관협동의 1차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희생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저질환자나 건강관리 사각지대에 있어 지역사회 공동체와 단절된 채 시설에 수용된 사회적 약자다. 청도 대남병원의 초기 사망자들이 그 예이다. 건강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민관협동의 시스템이 평소 잘 갖추어져 있었다면 지역 맞춤형 대응을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을 터이다.

최근 광주 광산구는 임대 아파트 주민 51%가 우울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자주 찾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협동조합을 설립해서 건강돌봄교실과 방문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도 지역별로 주민들이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예방차원의 맞춤형 1차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위기 시 민간의료와의 협동 및 활용의 문제도 더 보완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보건의료분야 공약은 신종코로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공공의료중심의 단계별 플랜 외 필요 시 민간의료도 지역별로 충분히 활용하는 유연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중대형민간병원 운영비용의 80% 이상은 건강보험에서 지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필요 시 공적 통제도 해야 한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일을 방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역의 1차 보건의료시스템과 위기 시 공적 통제를 통한 민관협동시스템 구축의 문제는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보건의료체계의 개선은 사회질서의 기본적인 변화 없이는 의미가 없음도 상기해야 한다. 신종코로나 이후 각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보건의료의 문제는 우리 사회 근간의 가장 기본이자 궁극의 문제가 될 것이다.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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