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일시대 가고 가스시대 도래
화석연료 기반 제조업 도시인 울산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해야 할 시점

▲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 지원단장·공학박사

세계 에너지의 원천인 원유와 천연가스의 국제 가격이 연일 최저점을 향해 달려간다. 유가의 급락과 급등은 불안정한 세계 경제로 그대로 반영된다. 유가의 하락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곳은 단기간 재미를 볼 수 있지만 부메랑으로 돌아오기에 반드시 좋다고 할 수도 없다. 작금의 유가와 가스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학자들과 경제연구소마다 달리 해석을 하고 있지만 크게 두 가지에서는 공통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활동의 위축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전 지구적으로 광범위하게 모든 산업에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OPEC와 러시아와 같은 비OPEC회원 국가간의 치킨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으면 원유나 가스를 감산해야 적정 가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감산은커녕 오히려 사우디는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고, 러시아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로 천연가스를 감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스 가격이 낮아지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가격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에너지는 바로 모든 경제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정치경제적인 변화가 바로 주 에너지원인 원유나 천연가스의 가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확보는 각국의 에너지 독립과 에너지 안보에 있어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유가 우리 인류의 주 에너지원이 된 것은 사실 150여년 남짓하다. 물론 성경에 노아의 방주에 역청을 칠한 것이 중동산 원유의 증거와 출발인 것은 틀림없지만 대량의 에너지원과 원료, 소재로 사용하게 된 것은 1,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급격한 석유화학산업의 발전으로 원유의 확보와 활용은 국가의 경제력을 견인하게 되었다. 1960년과 1970년대에 석유 매장량의 잘못된 예측으로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 하여 석유파동이 일어나면서 대체에너지와 가스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기술의 발달은 당시 기술로 채산성이 없다는 다양한 원유와 천연가스의 에너지와, 그리고 급기야 셰일가스로 인해 미국의 에너지화학산업의 중흥이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가정에까지 편리한 도시가스를 사용하게 된 것은 30년 남짓 하다. 원유를 사용하기 전에는 대량의 에너지원은 석탄이었다. 불과 300여년 전이다. 산업혁명으로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18세기 산업혁명 이전에는 나무를 사용했다. 저장과 활용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소량의 에너지원으로 공급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에너지는 나무에서 석탄을 거쳐, 석유, 천연가스로 변환되어 왔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4가지 에너지원이 완전히 없어지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총량의 에너지는 바뀌었고 앞으로도 바뀌어 갈 것이다.

현대 철학자인 칼 포퍼는 반증을 통한 비판적 합리주의인 인식론을 통해 과학의 발달을 설명한 것에 비해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단어는 동시대의 미국의 토마스 쿤이라는 과학철학자가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과학의 발전이 어떤 과정으로 바뀌는지를 학문적 관점에서 이론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설명으로 과학기술의 변화는 혁명적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을 새로운 단어인 ‘패러다임’으로 설명했다.

에너지 변환도 마찬가지이다. 나무에서 석탄, 석유, 가스까지는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변환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취급하기도 어렵고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무를 아파트에서 사용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럼 에너지 변환은 여기서 멈출 것인가 가스까지는 1차 에너지이고 전기와 수소는 2차 에너지이며 아직도 수력과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도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은 또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지금까지와 같이 자원의 매장에서가 아니라 자원의 활용과 기술로 인한 에너지가 다음 에너지 패러다임을 이룰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세계는 신종코로나와 에너지원 가격 급락과 경제성장의 둔화로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울산의 산업이 우리나라의 산업이고 또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울산은 에너지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고 주도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배수진으로 정책의 설정과 실행을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의 변화는 산업의 전환을 가져온다.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인 2차 산업이 주력인 울산의 산업은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부터 오일시대는 점차 가고 천연가스와 수소와 같은 가스 시대이다. 가스에너지 패러다임 중심에 울산이 있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 지원단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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