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등엔 집값 영향 없었지만

코로나엔 글로벌 금융위기 겹쳐

장기간 부동산 하락세 지속 전망

▲ 국내 부동산 시장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12·16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급매물이 나오고 거래는 급감한 상황에서 코로나의 영향로 인한 매수심리 위축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코로나 여파로 전 세계의 경제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집값이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스·메르스 부동산 시장 영향 없어…글로벌 금융위기가 문제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신종플루 등 다른 감염병에 비해 코로나로 인한 주가 하락폭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가 회복 속도도 더뎌 다른 감염병 때는 대부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코로나는 3월 들어서도 이전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낙폭을 키우고 있다.

과거 감염병들이 직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은 강남 재건축발 집값 급등으로 참여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쏟아내면서 전국 아파트값도 9.57% 상승했다.

신종플루가 대유행한 2009년은 앞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경제가 휘청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2.58% 상승했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위력을 떨친 2015년은 한동안 침체했던 집값 상승기가 본격화된 시점으로 당시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는 인산인해였고, 서울 아파트값도 5.56% 상승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때는 달랐다. 국내에서 최장기간 집값 조사를 해온 국민은행 통계에서 1986년 이후 아파트값이 단기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때는 1998년 외환위기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외환위기 당시보다 단기 하락폭은 작았지만 주택시장의 내부 변수와 엮이며 침체 기간이 길었다.

2009년 신종플루 영향에도 반짝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이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6.34% 하락했고, 2014년 하반기 바닥을 찍고 2015년부터 본격 상승기에 돌아섰다.

◇전문가 “집값 당분간 조정기 거칠 것”…“집값 영향 제한적” 전망도

코로나의 팬데믹이 선언된 가운데 앞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는 정부의 12·16대책 등 강도높은 정부 규제에 코로나 영향까지 겹치며 서울 아파트값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도 당분간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지원센터 부장은 “부동산시장 입장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집값 하락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도 “올해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시기”라며 “외환위기 때처럼 집값이 급락했다가 이내 ‘V자’ 반등을 할 수도 있고, 지금 집값이 조정받아야 할 타이밍에 코로나까지 터진 상황이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집값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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