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체·콘텐츠 운영할지 갈피도 못잡아

▲ 장생포 옛 세창냉동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A-팩토리 사업이 하세월이다. 사진은 세창 건물 6층(옥상)에서 내려다 본 장생포항 및 공단 전경. 울산남구는 이 곳에 민자유치로 카페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5년동안 논의과정만 반복
진행과정 여전히 지지부진
계획했던 8월 준공 물건너가

고래특구활성화 토론회 열고
사업 활로 등 모색했지만
결론 없고 코로나까지 겹쳐

‘부산 F1963’ ‘인천아트플랫폼’ ‘부천아트벙커’와 같이 폐산업시설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려던 울산 남구 ‘A-팩토리’ 사업이 하세월이다. 지자체가 이 사업에 뛰어든건 무려 5년 전. 계획대로라면 올해 8월 모든 공사가 마무리 돼야 하지만 총사업비 93억여 원을 쏟아 붓고도 해당 건물인 옛 세창냉동창고는 여전히 속이 텅 빈 채, 어떤 단체가 어떤 콘텐츠로 운영할 지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장생포 A-팩토리 조성사업은 1973년 건축된 세창냉동창고(울산 남구 장생포고래로 110)를 리모델링 해 인근에 있는 대한민국 공업의 출발점 ‘울산공업센터 특정공업지구’ 기공식 장소를 기념하면서 예술창작·공연·전시를 제공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도 활용하는 것이다. 부지는 2331㎡(약 705평), 연면적(6층)은 6199㎡(약 1875평)다. 이를 위해 국비 20억원, 기금 5억여 원, 구비 69억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늘 궁리만 거듭했을 뿐 사업 진척도는 더디기만 하다. 2016년 지방재정투자심사 및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 이후 부지와 건물을 매입했지만 실시설계용역(2017)을 거쳐 공사에 착수(2018)했다가 내부의견이 조율되지못하고 또다시 기본및실시설계 변경용역과 설계변경용역에 따른 변경계약(2019)을 실시했다. 담당인력이 바뀔 때마다 공간조성을 위한 공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운영방안마련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며 의욕적인 출발을 시도했으나 컨설팅 4회, 문화다방 4회, 1·2차 테스트베드(문화적실험운동), 우수사례벤치마킹(총 6회 10개소)과 같은 사전 과정만 반복될 뿐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 지난달 21일 울산남구청에서 열린 고래문화특구활성화 정책결정과정 OPEN 대토론회.

총 6층 규모인 옛 세창냉동창고는 현재 울산 남구의 컨트롤 아래 고래문화재단(이사장 김진규·상임이사 이노형)이 총괄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 남구와 고래재단은 층별 건물용도를 1층 필로티 공간·편의시설, 2층 테마공간(민자유치)·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 3층 테마공간(민자유치)·갤러리, 4층 시민창의광장, 5층 관리사무실·공연연습실, 6층 테마카페(민자유치)·소공연장으로 정한 뒤 2·3·6층 민자유치공고를 냈다. 하지만 울산지역 공단과 가까이 자리하는 한계점에다 사업성을 우려한 때문인지 이에 선뜻 나서는 단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에 울산 남구는 한차례 더 민자유치 공고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이마저도 재공고 자체만 예정돼 있을 뿐 명확한 일정과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울산 남구는 지난달 21일 김석겸(구청장 권한대행) 부구청장과 김동학 남구의장 등이 공무원 50여 명과 ‘장생포 고래특구활성화 대토론회’를 개최, 늦었지만 이 사업의 활로를 모색했다. 그러나 올해 울산고래축제(6월12~14일)를 장생포와 태화강 둔치로 이원화 해 추진하는 방안만 논의(본보 2월24일자 14면 게재)한 뒤 시간에 쫓겨 회의가 급마무리됐다. 약속된 8월 마감기한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시민단체는 대토론회에서 “폐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은 쉽지않다. ‘민자유치’라는 결과를 내놓은 용역은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지금이라도 사업재검토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한때 세창냉동창고를 통해 전국적 이목을 집중시킬 새로운 팩토리 공간이 될 것이라며 의욕이 넘쳤다. 장생포 A-팩토리 사업이야 말로 장생포의 문화환경을 너머 울산의 공단문화와 도시예술을 대표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5년 동안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기대감은 점점 잦아들고, 급기야 이 사업이 끝까지 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울산 남구 관계자는 “사업이 더딘 건 맞지만 새로운 공간탄생과 성공운영을 위해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 신종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 내부제안검토와 재공고 등으로 사업이 진척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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