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희 울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

2019년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OECD 22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고, ‘주관적 행복지수’도 20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OECD 국가 평균이 100점이라고 했을 때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88점에 불과했다. 또한 청소년 자살률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사람들은 보통 부유하고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더 높다고 한다. 우리청소년들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데도 불구하고 왜 행복하지 못한 걸까?

사람들은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람들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인정해주지만 이름 없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부모님이 하래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어쩌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고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실패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영어단어, 수학공식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자신의 여러 가지 특성을 잘 알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영역과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분야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 시기에 자신에게 맞는 색깔의 꿈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학생 시기에 경험하는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를 활용하여 진로탐색 활동과 다양한 직업 체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계획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이 일에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기관과 전문가들이 연계하고 협력하여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촘촘하게 디자인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의 진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모님들은 자녀들의 적성과 흥미를 존중하고 진로나 직업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자녀 나름대로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은 한 청소년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제 생각에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경찰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경찰들이 나쁜 사람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 였습니다. 경찰에 대해 많이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제 꿈에 대해 확신도 믿음도 흔들렸습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다잡게 된 것은 저의 생각의 변화였고, 잘하고 뛰어난 건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경찰이 된다고 했을 때 유난히 반대했던 부모님은 제가 캘리그라피와 미술을 잘하니 산업디자인은 어떤지, 아이들을 좋아하고 잘 돌보니 유치원 교사에 어떤지, 경찰이 아닌 다른 직업들을 추천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구분이 확실했고 잘한다고 해서 좋아하는 일이 아니고 좋아한다고 해서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나서부터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미래에도 제가 좋아하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잘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루 하루가 보람차고 의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행복하고 즐겁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꿈을 이루어서 그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분명 힘든 일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이유로 제 꿈에 대해 어떠한 후회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백남희 울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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