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두 곳의 기초의회의원 선거를 포함해 전국 72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10·30" 재·보선이 지역 안팎으로 적지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지역적으로 볼 때 선거막판의 과열혼탁상이 너무나 아쉽다. 선거를 나흘 앞둔 10월26일의 후보자합동연설회 까지만 해도 성숙한 선거문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연단에 오른 후보자들이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은 거의 않고 공약 제시에 치중한데다, 예상외로 많이 모인 청중들도 후보연설을 끝까지 경청하는 분위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막바지에 접어들어 울주군 온양읍 재선거에 나선 모후보측 선거운동원이 세차례에 걸쳐 다수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 아울러 보궐선거가 실시된 범서읍제1선거구를 포함해 두 곳에서 모두 11건의 선거법위반 행위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이번 재·보선에서도 "불법선거"는 여전하다는 지적을 낳았다. 특히 적발된 11건 중 향응제공이 9건이나 차지한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선거판에서 통상적인 "매표"의 수법이라 할 수 있는 향응제공 행위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드러나지 않은 그 건수가 얼마나 많았을 지 자못 궁금하기 까지 하다. 이와 함께 이같은 불탈법 행위가 임박해오는 큰 선거인 내년 4월의 총선에서는 또 얼마나 기승을 부릴 지 걱정스럽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돈선거" 풍토를 추방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을 떠나 후보측의 각성과 유권자들의 인식전환이 보다 넓게 확산돼야 할 것이다.

 이번 재·보선이 던진 또하나의 교훈은 그동안 소위 "망국병"으로 일컬어진 지역주의 타파. 이번 재·보선 결과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경남 통영시장 선거와 대구 수성구 광역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되는 등 지역주의가 다소 해소되는 경향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경남 하동군과 경북 울진군 광역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고, 충남 계룡과 충북 음성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군소정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한 자민련 후보가 당선돼 지역주의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정황을 놓고 볼 때 지역주의 극복은 요원한 것도 아니지만 쉽게 해소될 사안도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이 사활을 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주의를 극복하는데 크고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선이나 관련규정의 보완·강화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한 국가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의식에 비례한다는 비유처럼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유권자들의 자기성찰과 연고주의를 초월하는 소중한 주권행사가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정치판의 지역주의와는 조금 성질이 다르지만 이번 범서읍제1선거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가 합동연설회에서 "토박이" 논쟁을 벌였고, 결과론이긴 하나 토박이임을 강조한 후보가 낙선한 것도 이채롭다. 들리는 뒷얘기로는 토박이 후보는 "범서읍으로 이사온 지 2~3년밖에 안되는데 20년 됐다면서 주민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선제 공격을 했다고 한다. 이에 "범서에 이사온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부적격자로 낙인찍는다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 모두를 부적격자로 몰아세우는 것"이라고 역공을 취한 후보가 더 많은 호응을 얻어 54.5%의 득표율로 당선되는데 주효했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당락에는 다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일단 유권자들의 선택이 연고주의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범서읍 군의원 보선의 투표율이 51.3%에 달해 근래 재·보선의평균치인 30% 안팎을 크게 상회한 것도 지역일꾼 및 풀뿌리민주주의에 대한 지역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의식이란 평가를 받기에 족하다고 본다. khs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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