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다 저녁 비질은 왜 하나요
절뚝이며 웃는 거사 우리 있어 그랬나
어쩌나 숨어 있을 걸 고요만 쓸려갔네.

▲ 김정수 시조시인

산사의 저녁은 고요하다. 수행자든 거사(居士)든 절 마당에 빗질은 자신을 일깨우는 일이다.

티끌 하나 없이 정갈하게 쓸어가는 물결무늬는 물처럼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기 위한 마음가짐.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도 뜻이 있어 싹을 틔우듯 거사(居士)의 빗질의 울력도 그러하지 않을까.

사람도 없는데 왜 쓰느냐는 우문(愚問)에 장애를 가진 거사의 현답(賢答)은 그냥 ‘웃음’ 뿐이다. 빗질에 매달린 고요처럼.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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