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사랑운동추진위원회가 발족된 지 1년이 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울산시민은 아니지만 울산사랑운동의 교육문화분과 위원이 되었다. 필자는 대구사랑운동의 공동의장으로서 이중으로 소속되어 있다. 대구사랑운동의 경험과 시각으로 울산사랑운동을 조명할 수밖에 없으나 지역사랑이라는 공통된 출발점과 목표는 같으리라 생각된다. 울산사랑운동은 그 동안 5개 분과위원회의 조직활동과 조례까지 제정되고 사무실 확보에 상근 직원을 두고, 산업체 견학, 울산사랑 시범학교지정, 어려운 이웃을 위한 무료검진, 시민의식 교육, 시민건강달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서서히 지역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7년 전 시작한 대구사랑운동은 시민사회단체, 지방자치단체, 대학교수, 상공인 등이 지역발전을 위한 정신운동으로 발족하여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고 대구광역시가 운동의 적극적 파트너가 되어 시장과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공동의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장 큰 업적은 "담장허물기"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운동이라 할 수 있다. 담장허물기운동은 99년 대구YMCA의 시민사업 담당간사가 자기집 담을 허문 것을 효시로 올해 상반기까지 250개의 개인 집과 관공서(모든 구청), 대학, 종합병원 등의 담장을 허물어 그 길이가 1만2천787m에 이르렀다. 이 운동은 지금 전국의 도시로 확대되고 있고 이웃 일본언론에서 현지 취재를 하고 갔다.

 이곳 울산지역에도 담장을 허문 가정이 눈에 띄고 있음은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담장을 허문다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변화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탁 트인 이웃과의 관계, 허문 담장 자리에 아름답게 가꾼 조경과 화원 등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지만 그 속에 내재된 가치, 즉 정신이 이 운동의 생명인 것이다. 담을 헌다는 것은 이웃과 적대감이 없는 우의와 신뢰의 상징이요, 하나됨을 뜻하는 것이다.

 울산사랑운동의 정신적 뿌리없이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인류의 최고 가치, 절대 가치를 운동의 주제로 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평화, 자유, 안전, 생존 등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쉽게 쓰기 때문에 오히려 그 가치가 희석되고 가끔은 천박한 말로도 쓰이지만 차제에 사랑의 참의미가 지역사랑운동 속에서 다시 제자리를 찾는 계기도 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사회는 군사혁명이후 근대화, 산업화에 온 국력을 집중하면서 경제적 성장을 이뤘으나 경제성장 속에서 소중한 정신적 가치인 도덕성과 공공성을 간과했으며 물질주의, 황금만능주의 등으로 변질되고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치달았다. 그 결과 갈등과 불신, 부조리가 만연한 피곤하고 절망적인 사회 속에 머물고 말았다. 그 동안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운동, 제2건국운동 등으로 소멸되고 침체된 국민의 힘을 희망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상당한 실적도 거뒀지만 이들 운동은 관변단체 운동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금은 민선 자치시대이며 특히 참여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지방분권운동, 지역균형발전운동의 변화된 틀 속에서 지역사랑운동이 뿌리내리고 발전할 수 있는 적기를 맞이했다고 본다. "울산사랑운동"의 성공적 정착과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우선할 일은 시민의 참여이다. 울산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시민이다. 공무원, 경찰, 상공인, 교육자, 전문직업인, 노동자, 시민, 사회단체가 골고루 참여하여 격의 없고 창의적인 실천지침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조직과 기구를 만들고, 시 정부는 재정적, 행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도시, 한번 방문했던 외지인이 다시 찾고 싶어하는 도시, 자녀를 성장시키며 교육시키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역사랑운동은 이기적인 운동이 아니다. 남을 생각하고 우선시 하면 그 사랑은 되돌아온다. 이것이 사랑의 특성이요, 본질이다. 필자는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갈 것이지만 떠나도 다시 오고 싶어지는 울산이 되어야 할 것이다. 머문 곳도 아름답게, 생명이 넘치게 만들고 그곳을 후세에 물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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