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이차전지가 미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첨단산업의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다. 1990년대초 휴대폰용으로 이차전지가 개발된 이후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방위적으로 시장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G화학, 삼성SDI 등이 세계 산업계를 이끌고 있고 전지의 4대 소재(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분야에서도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현재 세계 이차전지 산업 규모가 2000억 달러이나 2030년경에는 4500억 달러에 이르러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야흐로 이차전지는 주요기기의 핵심부품으로 ‘제2의 반도체’가 될 시대가 멀지 않았다.

최근 지역별 산업 현황을 보면 반도체 산업의 위치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경기, 충북, 충남 등은 산업에 온기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의 산업은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90년초 본격적으로 투자한 반도체 산업은 그간 치열한 국제 경쟁을 거쳐 이제는 우리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초기에는 원천기술이 없어 어려웠으나, 30~40년 멀리 보면서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한 결과인 것이다. 이를 보면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지금 반도체 산업의 거점지역은 기업들이 모이고 선순환의 투자가 이루어져 활력이 흘러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반도체에 이어 성장동력이 될 이차전지 분야는 울산, 경남, 충남 등 주요 지역이 산업 클러스터 군을 형성하여 상호 경쟁하고 있다. 울산은 나름대로 산업의 공급망이 형성되어 있어 이차전지 산업의 거점이 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삼성SDI가 이차전지 제조를 하고 있고, 양극소재 및 분리막을 생산하는 후성, 솔베이, 대한유화 등 실력있는 기업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또한, 수요측면에서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있고,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단지 조성에 따라 배터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울산에는 이차전지 연구에 강점을 가진 UNIST, 울산대학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우수한 연구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최근 기술발전 및 응용분야의 발전에 따라 이차전지 산업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 등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고출력이 가능한 이차전지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액체 전해액 용매의 사용 없이 전지의 전체 구성이 고체만으로 이루어진 전고체 전지(All solid state battery)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변할 때 울산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현재 이차전지 산업을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 일본, 중국, 국내에서는 충남, 경남, 울산 등이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기술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산·학·연 연구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울산을 차세대 이차전지 산업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울산지역 대학에는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있고 최근 국내 대기업이 전고체전지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울산은 이를 실용화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망 기술중소기업을 유치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는 말이 있다. 산업기술의 흐름을 소홀히 하지 않고 미래를 미리 준비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언젠가는 받게 될 것이다.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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