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태만 해촉 부당 호소에도

의회서 진술기회 얻지 못하고

사실관계 확인과정도 안거쳐

첫 불채택에 졸속 심사 논란

울산 중구 우정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해촉(본보 지난해 12월19일 6면 등)된 위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제기한 주민 청원이 중구의회의 심사에서 진술청취 등 절차없이 30분만에 불채택되면서 졸속심사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중구의회에 따르면 우정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등 9명은 지난달 24일 주민자치위 임시회 원천무효화를 요구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대표 청원인은 “단지 임시회에 한 번 참석 안했을 뿐인데 직무태만으로 해촉됐고 주민자치위 명예를 훼손한 사람이 돼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 청원은 지난달 25일 상임위원회인 행정자치위원회에 회부, 행자위가 26일 회의시간 34분만에 불채택 결론을 내렸다.

취재진이 입수한 녹취록에는 한 위원이 “서명하신 분들을 증인채택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묵살됐다.

또 위원들은 “청원이 법률적인 사항도 아니고 사인간의 감정이 느껴진다. 일단 토론하고 의결할 때 특정 의원은 입장 난처하면 나가있어도 된다. 반대하는 표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라고 발언한다. 거기다 “상대방 얘기를 들어봐야 하지만 뻔하니 적당히 마무리하자”거나 “분쟁만 일어나면 청원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는 등의 발언도 나왔다.

청원 심사가 청원인이나 갈등을 빚는 전 동장을 불러 전후관계나 사실확인을 하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청원심사 규칙에는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청원인이나 이해관계인 등으로부터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심사 과정에서 대표 청원인은 진술 기회조차 없었다. 청원 당사자인 전 동장은 현재 중구의회 행자위 전문위원으로 있다.

김지근 행자위원장은 “청원내용에 사인간 감정이 포함돼 법률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며, 위원회에 대한 감사 추천과 임시회 개최가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 동장의 재량권 밖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

청원심사 규칙에 따르면 위원회에서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 청원은 △이미 조치·합의가 완료돼 목적 달성된 경우 △취지는 이유가 있으나 예산사정 등 현실적 실현 불가능한 경우 △청원 취지가 국가·지자체 시책 어긋나는 등 타당성 없는 경우 3가지로 명시돼 있다.

해당 청원은 조치·합의가 완료되지 않았고,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지자체 시책에 어긋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중구의회 개회 이래 주민청원은 총 5건 있었고, 청원이 채택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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