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보다 더 강한 감염병에 대비해
격리·방역 등 주기적 비상훈련 실시하고
벤치마킹 통해 비상대응시스템 전문화를

▲ 박현철 울산대 교수 SHE전공

올해 1월20일 한국에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월19일 0시 현재 총 확진자 8565명(세계 6위), 격리해제 1947명, 사망자 91명, 신규 확진자 152명이다. 신종코로나는 치사율(4~5% 예상, 메르스 28%, 사스 15%: 출처 질본, 서울대병원)은 낮으나, 감염초기(잠복기간: 14일) 무증상 전파력이 매우 강해 온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할 때 나오는 침방울(비말) 속 코바이러스가 2m 이내 타인의 눈, 코, 입을 통해 또는 감염자의 손이나 감염자가 만진 물건의 표면에 남아 있다가 타인에게 옮겨진다. 이 바이러스는 유리·금속 등 딱딱한 표면에서 최대 9일간(0~10℃) 살아남는다.

신종바이러스는 백신·치료제가 없는데다 2, 3차 감염을 일으키며, 생물체의 세포를 숙주로 삼아 무수히 복제하면서 증식하고 돌연변이로 진화한다. 인체 감염병은 역학조사를 통해 근본원인을 찾아내더라도 안전사고와는 달리 제거·대체가 불가능하고, 효과가 낮은 기술·운영·보호구 대책만이 가능하다. 과거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조류독감(2017) 등 신종감염병이 자주 발생해왔으나 국가 비상대응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보완해오지 못한데다, 초기 유입단계에서 철저히 차단하지 못했고 ‘코로나 3법’도 겨우 2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신종감염병과의 전쟁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개인은 평소 위생관리와 함께 긍정적인 생각,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면역력을 증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 등 각 주체는 감염병의 발병정보 입수시 즉각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대응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가동즉시 유입차단, 검사(발열, 기침, 문답 등), 격리(재택근무, 병원치료 등), 방역 등을 시스템대로 운영해야 한다.

약 20년전 필자가 EU기업의 안전보건환경(SHE) 매니저로 근무를 시작하던 때부터 그룹 대유행대응규정에 따라 사업장의 직업건강, 산업위생뿐만 아니라 신종감염병, 인근 업체가 배출하는 독성가스에 대해서도 비상대응계획을 수립해왔다.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사업장에 근무하는 모든 인원에게 주기적으로 비상훈련을 실시하고 피드백을 받아 비상대응계획을 지속 보완했다. 또한, 신종감염병이 올 때마다 비상대응계획을 가동해 얻은 교훈들을 환류해 보완했다. 물론 필자도 처음 비상대응계획 수립시 보건의식이 부족해 상사로부터 수차례 질책을 받기도 했다.

조직의 비즈니스 연속성을 위한 선진 비상대응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업장의 내외부 환경 등에 잠재·존재하는 SHE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위험성을 평가해 비상상황들을 식별하며, 기존 비상수단들을 평가할 절차를 수립·시행·유지한다.

둘째 비상상황들에 대응할 계획을 수립·시행·유지하며, 특히 실제 비상상황이 발생한 후엔 비상대응계획을 재검토해 보완한다.

셋째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대응계획의 적합성·효과성을 주기적(2년 1회 이상)으로 평가하기 위해 관련된 모든 인원에 대해 훈련을 실시하고, 개선할 점들을 비상대응계획에 환류, 보완한다.

넷째 비상시 방호·감지·경보·구조를 보장하는 기기·장치·물품들의 주기적 검사 및 예방보전을 시행하고, 부적합한 것은 신속히 수리·교체해야 한다.

급속한 인간문명의 발달에 따른 생태계·기후 등의 변화로 신종코로나보다 더 강한 감염병이 자주 올 것이므로, 평소에 신속 차단·검사·격리·방역 등의 비상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비상대응시스템을 지속 보완해야 한다. 정부는 벤치마킹을 통해 비상대응시스템을 전문화하고, 인체 감염병의 선제적 예측과 유해성평가 및 관리를 위한 R&D에 대폭 투자와 함께 백신·치료제 개발에 특별자금을 조기 투입해야 한다. 기업과 국민들은 모두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국가 비상대응지침을 준수해야 하루라도 빨리 일상의 행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현철 울산대 교수 SHE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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