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수 5만명 훌쩍 넘어서고
누적 사망자도 5000명에 육박
의료시설·의료진 태부족 사태
지병있는 고령자 치료 제외도
GDP 13% 차지 관광업 등 충격
이탈리아발 세계금융위기 우려

▲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르가모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들이 군용트럭에 실려 인근 페라라시로 옮겨졌다. 베르가모시에서는 코로나 사망자가 속출해 묘지 공간이 부족해지자 일부 사망자의 관을 인근 지역으로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21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내 인구 1만6000여명의 작은 마을 코도뇨에서 38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탈리아 첫 지역 감염자로 현지에선 ‘1번 환자’로 명명됐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바이러스는 이탈리아 경제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무섭게 확산했다. 하루 평균 1850여명이 감염 판정을 받았고, 사망자도 평균 160여명씩 쏟아져나왔다.

급기야 지난 20일에는 누적 사망자가 수가 중국을 넘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21일(현지시간) 현재 누적 확진자는 5만3578명, 누적 사망자는 4825명이다.

롬바르디아주에선 매일 1000명 안팎의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의료시스템 자체가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했다. 21일 현재 누적 확진자는 2만5515명으로 이탈리아 전체 47.6%다. 누적 사망자도 전체 64.1%인 395명이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물론 병실, 의료장비 부족으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치료를 받고자 자택에서 대기하다 숨지는 사례가 속출했다. 의료 현장에선 선별 치료 방침에 따라 지병이 있는 고령자들이 치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는 보고도 잇따른다.

롬바르디아주에서도 바이러스 타격이 가장 큰 베르가모시는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참상이 이어졌다.

인구 12만명의 이 도시에선 무려 5000여명의 누적 감염자가 발생했다. 인구 규모는 이탈리아 전체의 0.2%인데 누적 감염자 비중은 11%에 이른다.

사망자도 하루 50명씩 쏟아지며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병원 영안실에 공간이 없어 성당까지 관이 들어찼다. 화장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넘쳐나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해 군용차량이 다른 지역으로 관을 옮기는 사진과 영상은 전 세계를 숙연케 했다. 1~2페이지에 불과하던 베르가모 지역 신문의 부고란은 최근 10페이지까지 늘었다. 현지 언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비극”이라고 전했다.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며 빠르게 남하하고 있다. 남부지역의 경우 누적 확진자 수는 많지 않지만 문제는 확산 속도다. 북부보다 훨씬 의료시스템이 빈약한 남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감염자가 쏟아져나오면 또 다른 비극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종코로나로 세계에서 8번째 규모인 이탈리아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국가 경제의 역성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장기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오려 몸부림치는 와중에 받은 일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을 -0.6%로 전망했다. 또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37%(작년 말 기준 134.8%), 재정적자는 GDP의 2.6%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REF는 1분기 GDP가 무려 8%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신종코로나로 지난달부터 사실상 외국인 방문객이 끊긴 데다 전국 이동금지령까지 내려지면서 이탈리아 GDP의 13%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은 말 그대로 ‘궤멸적 타격’을 입고 있다. 현지 관광업계는 올해 방문객이 연인원 기준으로 작년(4억3000만명) 대비 60%나 감소한 1억7200만명에 머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60년 이후 60년 만에 최저치라고 한다. 신종코로나가 60년간의 관광 붐을 단번에 날려버린 셈이다.

이에 따른 관광 수입 감소액도 연간 290억유로(약 3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탈리아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2일 “신종코로나가 세계 금융 위기로 이어진다면 그 시작은 이탈리아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비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달 말까지 누적 확진자 9만명을 기점으로 바이러스가 잡힐 것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의 확산 속도라면 1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로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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