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한일관계에 있어서 8월만큼이나 의미가 큰 달이다. 36년의 일제강점기를 잊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가까운 이웃나라로 여겼던 일본이었다. 무역과 관광도 활발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작년 일본의 갑작스런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파기는 반일감정을 불붙게 했다. 거기에다 이달 초에 내려진 일본정부의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금지 조치는 반일감정의 정점을 찍게 했다. 우리도 맞불을 놓으면서 사실상 국민들끼리도 단교 상태다. 봄은 오고 있지만 한일관계는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는 시점이다.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동화책을 한 권 읽었다. 만세운동을 소재로 한 동화는 꽤 많다. 모두가 일제강점기의 핍박에 항거하는 주제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어린이들도 많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동화가 이 시대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읽힐까? 다양한 동화들을 읽으면서 고난을 견뎌내는 등장인물들의 동심에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더러는 지나치게 애국심을 강조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아이답지 않은 등장인물들로 공감하기 어려운 책들도 있었다.

<태극기 목판>(신혜경, 가문비어린이)도 기미독립만세운동을 소재로 한 역사물이다. 그런 작품들 중에서 탁월하다. 작게는 가난한 소년의 성장기요, 크게는 아픈 역사의 기록이다. 나라를 잃은 아픔을 크게 느끼지 못하던 소년 명일이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고 만세운동에 참여하기까지가 조금도 억지스럽지 않다. 명일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망태꾼이 된다. 어머니의 수술비 마련을 위한 명분도 자연스럽다. 일본군의 주재소 청소를 맡게 되면서 돈벌이에 들뜬 모습은 지극히 아이답다. 명일은 꽤 큰돈을 미끼로 야학당을 염탐하라는 임무를 맡는다. 친절한 사람으로만 알았던 주재소장의 이면을 알아챈 명일이가 태극기를 운반하게 되는 과정은 담담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명일이라는 주인공의 이름도 희망을 갖게 한다. 밝아오는 대한제국을 바라는 이름이라는 데로 생각이 머문다. 명일의 활약으로 펼쳐진 만세운동은 특히 격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어린아이들까지 앞장섰던 나라 되찾기 운동 덕분에 우리의 오늘이 있다.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사는 오늘을 깊이 반성했다. 오늘날 우리의 진정한 애국심은 어떤 것일까. 현실을 감안하면 곱씹지 않을 수가 없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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