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위기상황서 방치 십상
세심한 하위 대응 매뉴얼 만들어야
국민의 관심과 자발적 배려도 절실

얼마 전 뉴스에서 나온 방역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노동자 분들의 이야기는 나의 무심함을 반성하게 했다. 우리가 약국 등에서 구매하고 있는 공적 마스크를 외국인의 경우에는 외국인 등록증이 없으면 아예 살 수가 없고, 등록증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비슷하다. 지인의 근처에 사시는 이주노동자 분이 지인에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고, 위험에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 불안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지인이 그 분에게 마스크를 몇 개 나누어 드렸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상황을 쭉 지켜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처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또는 현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등의 고민과 걱정은 있었지만, 모두가 힘든 때에 항상 더 많이 힘든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미처 떠올리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약자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꼬집으려는 것도 아니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을 비판하기 위함도 아니다. 현 상황의 타개를 위하여 많은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고, 설령 그것이 그 분들의 직업이라 할지라도 최전선에 서서 힘을 쏟고 계시는 모든 분들은 박수 받아야 하고, 또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럼에도 위기의 상황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진정한 포용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책의 사각지대나 복지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매번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고, 위기 대응 매뉴얼에 있어서도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세부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른 예로 바로 며칠 전, 울주군의 큰 산불과 그로 인한 사망자 발생이라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 이 산불로 인하여 근처 마을 주민 4000여 명이 대피했으며, 1인가구 노인 등 이재민 50여 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민들에 대한 대피 안내가 있었는데, 평소와 달랐던 점은 신종코로나의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가급적 집단대피시설의 이동을 자제하고 지인 또는 친척집으로 대피해 달라는 안내가 있었다는 점이다. 신종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적절하고 필요한 대응이자 안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와 함께 떠오른 생각은 울주군은 다른 시·구에 비해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구성비가 높은 지역이고, 외국인 구성비 역시도 높은 지역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울산광역시 1인가구의 비율은 29.3%로 울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1인가구의 비율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다행히도 거주지 근처에 가족이나 친척, 지인 등이 있다면 별 문제될 일은 아니나, 근처에 가족이 없거나 타인과의 돈독한 연결고리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집단대피시설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고, 더군다나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1인가구 어르신이나 장애인 분들에게는 대피 그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사실 감염병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인이 갑자기 대피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를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급속한 사회 변동으로 인하여 생각지 못한 일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거기에 약자에 대한 배려를 더한 세심한 하위 대응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더하여 신종코로나에 대응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발적인 노력이 현 상황 극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비록 나 한 사람에게도 어려운 현실이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관심이나 자발적인 배려가 조금 더 더해진다면 더욱 많은 이들이 함께 이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배미란 울산대 법학과 조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