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발달이 가져온 정보 대중화
전문가 의견이 종종 무시당하기도
전문성의 신뢰회복에 대한 숙고를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우한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중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모든 부분이 전방위적 위기다. 바이러스를 제압하는 백신이나 신약이 언제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국경 봉쇄와 방역으로 확산세를 진정시키려고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태다.

확진자가 발원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번째일 당시 정치인들이 방송에서 코로나 확산의 원인과 대책, 방역과 전망에 대하여 대담하는 장면을 본 일이 있다. 질병과 방역의 문제를 전문가 아닌 사람들이 다루는 모습이 다소 생뚱맞다는 느낌이었다. 초기에 전문가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우한과 후베이성 외에 중국 전역에 걸쳐 입국 제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계속 말들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나머지 것들에 눈과 귀를 닫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본능적인 확증편향이다. 객관적 사실보다 속설이나 미신, 음모론에 오히려 솔깃하기도 한다.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한다고 소금물을 뿌리는 교회도 있는 것이다. ‘웬만한 지식은 인터넷 검색으로 다 찾아 볼 수 있어‘라는 태도는 전문가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다. 정치적 논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정도는 나도 다 알아’라고 하는데 전문가가 따로 없을 정도다. 사실보다 고정관념을 따르거나 논리보다 감성에 의존한다. 과학에 이념과 정치가 개입하여 뒤틀리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종종 무시되는 경향은 ‘전문지식의 죽음’(The Death of Expertise)으로 은유되기도 한다. 미국 해군대학 교수 톰 니컬스가 쓴 같은 제목의 책에는 미국의 경우이지만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건강유지법에 관하여 사람들은 전문가의 얘기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녀 배우 귀네스 팰트로의 생활잡지 사이트에 소개된 방법에 더 신뢰를 보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 이유를 ‘과학을 제대로 아는 건 예쁘고 유명한 여자니까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개그맨이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국민주권에 관한 헌법 제1조의 조문을 외우면서 평등에 대하여 열변을 토한다고 하여 헌법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도 특정 이슈에서 이따금씩 의견이 틀리거나 예측이 어긋나기도 한다. 전문가가 윤리의식이 낮을 때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전문가라고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비전문가라고 모든 일에 항상 틀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지식이 없거나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지식과 능력의 부족을 제대로 인식할 가능성이 낮다. 자신이 틀리고 다른 사람이 옳다는 사실을 알려면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심각해진다. 알면 고칠 수 있는데 모른다면 교정이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자신을 어느 정도 과대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대의민주주의임에도 사람들은 국가적 차원의 복잡한 문제들에 더 많이 직접 참여하기를 원한다. 전문적인 영역에서조차 집단지성이라는 이름으로 단체가 나서서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관여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현실이다. 난제의 해결은 이성적 논리와 전문지식으로 무장하여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여야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기본 원칙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인간 숙주를 통한 증식을 퇴치하고 성공적인 방역과 치료라는 인간 승리에 필요한 것은 과학과 사실에 기초한 전문지식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광속의 정보화로 보통 사람들도 지식으로 무장할 수 있어 과거 어느때보다 전문가에 대한 반감이 강하고 포퓰리즘적 불신마저 있다. 전문성의 위기다. 전문가와 전문지식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전문성의 신뢰 회복에 대하여 한번쯤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