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건립 중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에 대한 논란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 울산에 병원을 설립하면 당연히 대학병원급 국립병원으로, 최상급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기던 울산시민들은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산재전문공공병원의 한계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산재모병원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인 콘텐츠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추진 주체가 일반 국민의 보건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여전히 고용노동부의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기 때문에 산업재해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60여년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산업수도 울산’에 산재병원이 없다는 것은 사실상 말이 안된다. 그래서 울산시민들은 산재병원 설립 요구했다. 그런데 기존 타 시·도의 산재병원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산재병원’ 설립에 부담을 느낀 고용노동부는 전국 10여개 산재병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재모(母)병원’ 설립이라는 해법을 내놓았고, 급기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려던 시점에 이르렀다. 그런데 산업재해라는 한정된 분야로는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뒤처진 울산의 의료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산재전문 공공병원인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방점을 산재에 찍어둔 채 산재가 아닌 일반 의료 분야는 거의 시늉만 갖추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이 바뀌었으면 콘텐츠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일반 의료에 관해서는 권한도 책임도 없다. 명칭을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융·복합화했으면 당연히 추진주체도 융·복합해야 콘텐츠가 바뀔 수 있다. 산재 부문은 근로복지공단이, 공공의료 부문은 보건복지부가 맡아야 한다는 말이다. 나중에 센터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 분야를 보완하겠다는 불투명한 계획으로는 안 된다.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급성기 질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등에 대한 시설은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로나19는 공공의료시설이 국민의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만약 대구와 같은 사태가 울산에서 발생했다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 틀림없다. 국립병원이 세워지고도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를 대비하기 어렵다면 무슨 소용이랴. 코로나19도 언제까지 계속될 지 알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또다른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산재’와 ‘공공’에 똑같이 무게를 둔 국립병원 설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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