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70년 지난 알베르 카뮈作
감염병 환자 속출 소설속 상황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과 유사
절망속 시민들 대처법에 눈길

 

출간 70년이 지난, 알베르 카뮈(사진)의 소설 ‘페스트’가 역주행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 안에 머무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고있다.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겼길래 출간 때와 버금가는 인기를 다시 누리는 걸까.

소설의 배경은 위험이 도사리는 폐쇄된 도시다. 창궐한 ‘페스트’와 마주한 극한의 절망 속에서 이면을 드러낸 인간 군상과 마주하게 된다. 시간차를 두고 퍼져가는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도시와 국가별로 제각각인 사람들의 반응과 당국의 대처법과 묘하게 닮아 있다.

평범하고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 어느 날 갑자기 거리에는 죽은 쥐들이 넘쳐 나고, 뒤이어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 환자들이 속출하여 시내는 일대 혼란에 빠진다. 이윽고 페스트라는 선고가 내려지고 오랑은 다른 지역과 완전히 차단된다. 도시의 폐쇄는 어머니와 아들, 남편과 아내, 연인들을 서로 분리시켜 버리고, 오랑에 남은 사람들은 제각기 페스트에 대항하여 가까워진 죽음에 대응하기 시작한다.

그 중 기자인 랑베르는 원래 본인이 있던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도시를 벗어나려고 한다. 파늘루 신부는 이 재앙이 사악한 인간에 대한 신의 징벌이라며 재앙이 오히려 인간에게 길을 제시해 준다고 주장한다.

 

도피적인 랑베르, 초월적인 파늘루와 달리 미지의 인물 타루는 저항적 활동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카뮈의 세계관이 반영된 등장인물이다. 의사 리유를 찾아간 타루는 페스트와 싸우기 위한 봉사대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타루와 리유는 페스트, 즉 질병과 죽음에 맞서 싸우며 ‘이미 창조되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거부하며 투쟁함으로써 진리의 길’을 가게된다.

카뮈가 이 작품에서 문학적으로 형상화 한 ‘페스트’는 분명 질병이지만 작품 집필의 시대적 배경이 세계2차대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전염병이라기 보다는 모든 사회적 질병인 동시에 전쟁과 나치즘 등 다양한 것들을 상징한다. 우리 내부의 ‘악마적’ 요소들 역시 포함한다.

카뮈는 책을 통해 잔혹한 현실과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부조리와 맞서는 것만이 진정한 인간성 임을 이야기한다. 결국 각종 페스트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 그런 페스트에 걸렸을 때 남에게 옮기지 않기 위해 배려하고 노력하는 것,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1947년 출간된 그의 소설이 다시 읽히는 현상은 국내 뿐 아니라 이웃 일본, 카뮈의 고국 프랑스, 신종코로나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이탈리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결국 현실이 아무리 잔혹하다 할 지라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부조리’ 한 세상을 극복하는 진정한 ‘반항’이며 우리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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