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 속 보호장비 부족
스페인에선 5400명이나 확진
확산 매개체 될 수 있어 우려

▲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진이 24일(현지시간) 시민들의 격려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최근 바르셀로나에서는 오후 8시가 되면 시민들이 하루동안 고생한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5분 동안 손뼉을 쳐준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 수천 명이 스페인 등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보건부는 자국 신종코로나 확진자 4만여명 중 약 14%에 해당하는 5400여명이 전문 의료진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처럼 전체 확진자 중 보건의료 인력의 비율이 두 자릿수를 차지한다고 보고한 국가는 없었다.

의료진의 신종코로나 감염은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30명 이상의 의료진이 신종코로나로 사망했고 수천 명은 자체 격리했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 브레시아에선 의사와 간호사의 10~15% 정도가 신종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현지 의사가 밝혔다. 프랑스 파리의 공공병원 체계에선 490명이 감염됐다. 전체 인력 10만명 중에선 아직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국과 미국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이는 병원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의료 인력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현장에선 마스크나 장갑 등 충분한 의료물품이 없어 의사와 간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여년간 간호사로 일해온 욜란다는 “우리는 충분한 보호장비 없이 최전선에 보내졌다”며 간호사들이 마스크와 가운 등을 재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때로는 어려운 일과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신종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그는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슬프게도 우리 중 일부는 ‘오염의 사슬’이 됐다”고 말했다.

간호사 노조인 ‘SATSE 마드리드’ 관계자는 “이미 병원에서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는 점을 알았을 때도 우리는 보호장비를 특별한 조건에서 제한해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신종코로나 발생 초기 의심 증상이 있는 병원 방문객에게는 마스크를 나눠줬지만, 자신은 마스크와 장갑 없이 며칠간 일했다는 간호사의 증언도 나왔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의 보건의료 인력도 보호장비 부족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바이러스 피해가 큰 지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르가모의 조르조 고리 시장은 “의사들이 보호받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주 의대생과 은퇴한 의사를 포함해 보건의료 인력 5만명에 대한 긴급 모집에 나섰다.

신종코로나 확진자로 병원에 입원한 스페인 의사 안토니오 안텔라는 “이번 사태의 교훈은 당신의 공공보건 체계를 잘 돌보라는 점”이라며 “왜냐하면 다른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이 있을 수 있고 우리는 준비가 더 잘 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자체 집계하는 신종코로나 발생 현황에 따르면 25일 오전 현재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6만9176명, 스페인 3만9885명, 프랑스 2만2622명 등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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