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양학선 “꾸준히 몸 유지”
골프 박인비 “1년뒤 도전 당연”
펜싱 박상영 “준비시간 더 확보”
일부 감독들 “선수 나이에 불리”

▲ 올림픽 핸드볼 사상 최초로 남녀를 통틀어 10회 연속 본선 진출의 금자탑을 쌓은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도쿄올림픽이 2021년으로 미뤄진 다음 날인 25일에도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단 제공=연합뉴스

4년의 기다림이 한 해 더 길어졌지만, 도쿄올림픽을 준비해 온 국가대표 선수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도쿄올림픽만 바라보고 전력 질주해온 선수들은 ‘골인 지점’이 다시 멀어진 것에 대해 다소 아쉬운 마음을 나타내면서도 이내 “다시 준비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올해 7월로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21년으로 미뤄진 다음 날인 25일 펜싱 남자 사브르 세계 1위 오상욱(24)은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리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은 했다. 연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상욱은 최근 2~3년간 국제대회에서 괄목할 성과를 올려 남자 사브르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한국 펜싱의 금메달 기대주다.

2012년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에서 우승한 양학선(28)은 “또 어떻게 1년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도 든다”고 털어놨다.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마음 편하게 몸 상태가 좋을 때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는데 마지막에 내게 운이 따르지 않은 것 같다”며 “큰 대회를 준비했다가 한 번 축 처지면 컨디션을 회복하기 어려운 나이에 이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몸을 유지해서 내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전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여자부 금메달리스트 박인비(32)는 “지금 신종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으로 불안 요소가 많은 상황인데 올림픽을 연기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며 “또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을 생각하면 취소가 아닌 연기라서 다행인 면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1년 미뤄진 올림픽을 앞둔 각오를 묻자 “당연히 도전해야죠”라며 의욕을 내보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대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상영(25)도 예상한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는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준비할 시간을 더 확보했다는 생각과 함께 내년까지 이 긴장감을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복합적인 마음”이라고 전했다.

배드민턴 여자복식 김소영(28)-공희용(24) 조는 세계 랭킹 6위로 도쿄올림픽 출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소영은 “올림픽 막바지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연기돼서 솔직히 아쉽고 기분은 좋지 않다”며 “나이도 있어서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데 아쉬운 마음을 덮고 1년 뒤를 보며 다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근대5종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길 선수 1순위로 꼽히는 간판 전웅태(25·광주광역시청)도 “그래도 자신 있다”고 단언했다. 2018년 국제근대5종연맹(UIPM) 연간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동메달 획득으로 한국 근대5종 선수 중 가장 먼저 도쿄행 티켓을 따놓고 준비 중이었다.

지도자들 역시 선수들을 독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박치호 레슬링 대표팀 총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허탈해한다”며 “김현우, 류한수 등이 32세로 나이가 적지 않아 올림픽 1년 연기는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아쉬워했다. 박 총감독은 “선수들이 체중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고, 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른다면 현 국가대표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야구 대표팀의 김경문 감독은 “선수 건강을 생각하면 연기는 합리적 결정”이라며 “우리 선수들이나 KBO, 각 구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남자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은 “올림픽이 연기돼 아쉽지만 건강이 더 중요한 만큼 연기는 바른 판단”이라며 “참가 연령 등 대회 연기에 따른 규정이 정리되기를 기다리고 앞으로 계획을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3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있는 남자 축구 대표팀의 특성상 김학범 감독은 다른 종목 지도자들과 비교해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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