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그동안 SK로 제한돼있던 대선자금 수사의 범위를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 5대 기업으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5대 기업 외 기업도 불법선거자금을 제공한 단서가 확보되면 수사키로 했다고 한다. 검찰의 전면적인 대선자금 수사 방침이 정해짐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당분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발표 이후 확대일로인 대선자금 파문은 이제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노 대통령은 2일 "정치자금의 전모를 드러내고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랫 동안 굳어진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지 않고는 정치개혁의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을 것이고, 그러자면 지금 단계에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정치권과 재계의 부정한 뒷거래가 있는데도 이를 덮어둔다면 국민들의 분노를 진정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현재 국내 정세는 대선자금 파문을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지경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제도개혁에 나서는 길 밖에 없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로 기업이 위축되고 경제가 타격을 받을수 있다는 우려다. 재계가 손을 내미는 정치권을 어찌 외면할 수 있느냐며 억울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검찰이 옥석을 가려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불법 비자금을 제멋대로 쓰고 정치권과 결탁하는 그릇된 관행을 저질러놓고 남의 탓만 해서도 안될 것이다. 기업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 불법과 비리로 얼룩진 관행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거에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정치적 절충을 하거나 축소수사를 통해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검찰 수사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바람에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멀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검찰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가 전에 없이 높아진 것은 다행이다. 검찰이 이와 같은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 대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펴야한다. 만의 하나 야당의 대선자금만 집중적으로 파헤친다는 형평성 시비나 여당 봐주기 논란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검찰이 원칙을 고수하며 정도를 걸을 때 국민들도 그 결과를 믿고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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