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성 울산 중구의회 의원

다가오는 4월4일은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 속 절기인 청명이다. 무한한 생명력을 담은 절기임과 동시에 울산에서는 병영 3·1 만세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담은 날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병영 3·1만세운동은 101주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백년의 첫 시작이라는데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시작과 함께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로 불행하게도 올해 병영 3·1만세운동 재현행사는 취소되는 아픔을 맞이하고 말았다. 아쉽기만 하다. 무엇보다 올해 3·1만세운동 재현행사는 지난해 말부터 주민들이 주체가 된 순수한 자발적 참여행사로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며 많은 준비를 해 온 터라 갑작스런 취소가 더욱 안타깝게 여겨진다.

특히 만세운동 재현행사는 지난해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310인 주민대합창 ‘병영아리랑’을 통해 그동안 관(官)이 주도해 왔던 행사에서 벗어나 민(民) 중심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행사로의 변화·발전의 단초를 마련한 바 있다. 더욱이 병영 주민들은 이미 지난 2017년 병영성 축성 6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600인 대합창제’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경험이 있었기에 병영 3·1만세운동의 주민주도형 행사 추진은 충분히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내년으로 미뤄지고 말았다.

이제 아쉬움을 접고 올해 취소된 행사를 대신에 내년에 열릴 병영 3·1만세운동 재현행사의 내실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사 프로그램의 다변화다. 해마다 유사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시민들의 관심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데 한계가 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병영 3·1만세운동의 현대적 의의를 되살리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후안무치의 경제침략행위를 통해 우리 국민을 분노케 한 것은 물론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해 사과는커녕 되레 독도망언을 일삼으며 극우(極右)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병영 3·1만세운동 재현이 울산을 대표하는 애국애족 행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십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배상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아베 정부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촉매제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23만 중구민의 요구가 담긴 성명서를 채택해 일본 정부에 전달하거나 매주 수요집회를 이어가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연계활동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일본 내 주요 지한파(知韓派) 인사들과의 교류에 나서는 등 ‘NO 아베’ 운동을 더욱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형태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특히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이라도 한다’는 각오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캠페인 등 관련 활동도 이어가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아직도 부족한 친일잔재 청산을 위해서라도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에 힘쓰는 한편 독립유공자 발굴을 위한 사업의 내실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병영 3·1만세운동이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100% 주민주도형 행사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병영주민들로 구성된 자생단체를 결성, 연중 내내 민·관·학이 함께 토론회와 역사문화체험, 학술대회 등을 마련한다면 일년내내 병영 3·1만세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지속되고 민족혼을 후세에 전하는 교육적 가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오늘의 무의미한 일이 내일은 유의미한 일이 되기도 하듯 역사란 인류가 하루하루 의미를 찾고 그 의미에 살고, 그 의미의 핵심을 후대에 전하는 과정과도 같다. 병영 3·1만세운동이 품고 있는 소중한 의미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오늘날 우리가 재현행사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이젠 주민주도형 행사란 의미를 부여하는 일 역시 후세에 남을 소중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지금, 신종코로나에 우리의 소중한 봄을 빼앗긴 형태가 됐지만 어쩌면 이는 더 찬란한 봄을 위한 시련의 과정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내년 봄에 맞이하게 될 병영 3·1만세운동 재현행사가 더욱 찬란히 빛나기 위해 오늘을 더욱 알차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 문희성 울산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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