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여파 ‘빈 버스’만 달린다

▲ 26일 오전 울산 도심을 오가는 한 시내버스가 좌석이 텅 빈채로 운행하고 있다.

버스 운행 120여대 줄였지만 여전히 ‘텅텅’
하루 이용객 25만명→12만명 이하로 줄어
시, 확대되는 적자 보전금 규모 놓고 고심

“손님 없이 빈 버스만 달릴 때도 있어요. 손님 좀 태운 버스 보면 기사들끼리 부러워 할 정도예요.”

26일 오전 8시45분께 울산 삼산동 한 백화점 앞에 시내버스가 멈춰서자 버스에 타고 있던 6~7명의 손님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렸다. 이후 버스가 시청까지 가는데 탄 손님은 2~3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시청에서 다 내려 버스는 텅 비었다.

오후 1시30분 신정시장 부근에서 다른 시내버스를 탔다. 오전보단 이용객이 많았다. 버스를 탄 이용객들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2인석에 혼자 앉았고 서 있는 승객들은 다른 승객과 얼굴이 맞닿지 않게 비스듬히 몸을 돌리는 등 거리두기 흔적이 역력했다. 버스가 신호에 걸리자 버스기사가 운전석에서 나와 손소독제와 수건을 들고 손잡이를 소독했다.

버스기사 이모씨는 “손님들이 신종코로나 무서워서 버스를 잘 이용 안한다. 매일 방역을 철저히 하고 운행을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만연한 거 같아 버스가 길게 멈출 땐 얼른 소독작업을 한다. 조금이라도 안심해야 손님이 1명이라도 더 탈 거 아니냐”고 말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확산 직전 하루 평균 시내버스 이용객 수는 25만명 정도였으나, 신종코로나 확산 이후 하루 평균 시내버스 이용객 수는 12만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23일부터 감차 운행이 시행되면서 기존 763대의 버스가 634대로 120여대 가까이 줄어든 채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텅 빈 버스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신종코로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꺼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거기다 개학 시기까지 미뤄지면서 울산은 자구책으로 버스 노선 감차 운행을 시행하고 있지만 줄어든 승객에 시름이 깊다.

사정은 마을버스도 비슷하다. 삼산동 일대를 도는 마을버스 운전기사 김모(56)씨는 “신종코로나가 확산하기 전엔 하루에 300여명까지도 태웠는데 지금은 많아봐야 100여명 수준이다. 신종코로나 공포가 한참 심할 땐 100명도 안 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마을버스의 경우 시내버스와 비교해 운행 횟수와 운행 버스 수가 적다보니, 감차가 이뤄지면 버스기사들의 생활고가 심해져 따로 감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버스 승객이 급감하면서 경영난에 직면한 버스업계는 물론 울산시도 확대되는 적자 보전금 규모에 고심하고 있다.

시는 대중교통인 버스에 대해 노선별 표준운송원가를 적용하고 거기서 수익금을 차감해 적자분이 남을 시 적자 일부를 보전해준다.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거의 모든 노선의 수익금 크게 떨어지면서 대다수 노선이 적자인 상태다. 시는 앞서 지난 3월 초 23개 업체(마을버스 8개 포함)에 기존 적자노선 지원금에 2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적자가 심해지면서 일부 버스회사들이 임금 조차 못 주는 상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는 오는 4월 메워줘야 할 적자 보전금이 3월에 지원해 준 것보다 훨씬 많을 걸로 예상하고 있다. 현 상황이 당분간 이어짐다면 보전금이 예산 범위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다.

울산시 관계자는 “버스는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지원중이다. 하지만 시 예산은 한정돼 있고 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용객 회복이 안 되면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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