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 설정 10주년 맞은 천주교 부산교구 울산대리구장 김영규 신부

▲ 천주교 부산교구 울산대리구장 김영규 신부.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 실천방법 고민하며
극빈자·장애인·북한이탈주민에게 의료지원 해주기 위해
의료봉사단 250명과 함께 ‘빛·소금 의료지원 운동’ 펼쳐
미사는 내달 5일까지 중지…코로나 주시하며 재개 기다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는 쉽게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일상에도 여러 제약이 따른다.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위해 언제나 함께 해 온 이웃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고서 서로를 바라만 본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그렇게 견디고 있다. 그 중 종교계의 변화가 컸다. 한국천주교는 전국 모든 성당의 미사를 중단했다. 236년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천주교부산교구 울산대리구는 설정 10주년을 조용히 맞았다. 다음달 12일 부활절도 다가온다.

울산대리구장 김영규(안셀모) 신부를 만나 종교를 너머 하나된 힘이 절실한 이 때에 지역사회를 위한 사랑과 배려의 메시지를 청했다.
 
젊은 시절 언양성당에 있었고, 30년 만에 울산대리구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과거 방문 때와 현재 울산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까요. 또, 신문을 읽는 분 중에는 종교인이 아닌 분도 많습니다. 그 분들이 잘 모르는, 한국 천주교사(史)에서 ‘울산’이 갖는 지역적 의미도 알려주시죠.

1990년 천주교 부산교구 소속 신부로서 첫 부임지는 부산광역시의 번화한 도심지 한 복판인 서면성당이었고 그곳에서 보좌신부 소임을 시작했다.

한국 가톨릭교회 교구(敎區)의 행정체계는 각 지역의 본당(本堂·본당신부가 상주)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신부들의 임기는 본당 주임신부 4년과 부주임 혹은 보좌신부 2년이며, 일반적으로 매년 2차례 인사발령을 한다.

저는 보좌신부임기를 마친 후 1991년 울주군의 언양성당 신부로 발령났고, 당시 이 성당은 본당뿐 아니라 13개의 공소(公所·본당신부가 상주하지 않은 신자공동체)들까지 있어 무척 바빴지만 신자들과 기쁘게 생활한 소중한 추억이 있다. 30년 후 작년 6월에 울산대리구장으로 발령나 면서 다시 찾은 언양지역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전형적인 대도시 주변의 주거지 도시로 발전되었다.

현 언양성당은 부산··경남 지역의 천주교회사에서 아주 특별한 곳이다. 고딕식의 석조건물인 언양성당은 1927년 설립되어 7년 후면 100주년이 된다. 성당설립 당시 언양성당의 관할 구역은 현 울산광역시 전체와 경주와 밀양까지 포함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언양지역의 신앙의 역사는 이미 성당건물이 건립되기 120여년 전인 1785년, 곧 현 명동성당 자리(명례방) 주인인 김범우가 을사추조즉발사건(1785)에 의해 밀양단장으로 유배오면서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김범우에 의해 언양지역에 신앙이 전해졌고, 현재 교회사 전문가에 의해 연구진행중인 관점에 의하면 당시 언양 지역에 살았던 창녕 성씨형제들과 해주 오씨 등에 의해서 자발적인 신앙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후 여러 차례 전국적인 박해를 거치면서 충청도와 경상북도 등의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와 언양지역에 머물면서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말하자면 언양지역의 신앙공동체는 한국천주교회 역사의 시작인 1784년과 같은 시점에 출발했으며,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최초의 그리스도교(기독교) 공동체인 것이다. 오늘날 울산광역시,부산시,경남 지역의 천주교 신앙은 모두 언양에서 출발했다.

 

▲ 천주교 부산교구 울산대리구 대리구장 김영규 신부.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에는 몇 곳의 성당이 있는 지, 신도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요. 시민들 중에는 도심 속에 자리하는 ‘성당’ 자체가 천주교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구’ ‘대리구’와 같은 기구 명칭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쉽게 알려주세요.

현재 울산광역시에 울산대리구가 관할하는 성당은 모두 27개로 지역별 26개의 성당과 지역 순교자를 기념하는 병영순교성지 성당이 있다. 이 지역의 신자수는 2019년 공식통계에 의하면 약 78,000명이다. 한국가톨릭의 교구(敎區)는 전국 16개가 있으며, 교구는 교구장 주교가 관할하며, 대리구(代理區:vicariate)는 교구 안에서 지역적으로 세분된 구역을 말한다. 현재 대리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교구는 부산교구 외 서울과 수원, 대구교구가 있다.

대리구장은 교구장 주교의 위임받은 사목권 책임자로 대리구내의 성당의 사목활동을 증진하고, 성직자들의 생활과 직무수행을 감독하며 교회 주요 종교의식과 재산과 문서 등을 관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대리구는 대리구청의 건물이 있으며 소속된 전담 신부들을 중심으로 교구의 교육프로그램을 보조하면서 필요 시 자체 교육하는 기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울산대리구가 올해 설정 10주년이 되었습니다. 상당히 의미있는 시기에 울산 시민들과 함께 하고 계십니다. 지난 10년 간의 울산대리구 간략 역사를 알려주신다면요. 그리고 김영규 대리구장님 부임 이후 어떤 일을 하셨는지도. 우리 사회 가장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의료지원운동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자세하게 들려주세요. 이같은 사업은 좀더 확대되면 좋을텐데, 지역사회 각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울산대리구는 2010년 1월 15일에 설정되었으니 올해 10주년이다. 물론 대리구가 시작되기 전부터 울산은 이미 오랫동안 활발한 신앙생활을 해왔다. 지난 10년 간의 울산대리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초대 양요섭 대리구장 2년 시기에는 대리구의 행정체계의 기초를 놓고 지역의 발전에 따른 새 성당들을 몇 개 건립하는 도입기였고, 2대 권지호 대리구장 8년의 시기는 대리구청 마련과 울산지역 신부들의 화합과 신자들의 영적인 교육에 전념하는 안정기였다고 할 수 있다.

저는 작년 6월 11일 대리구장 소임을 시작하면서 울산 지역의 성당들을 방문하면서 지역별 특수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할 일은 본당신부님들과 소통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고 신자들을 위한 행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울산지역의 특수성을 이해하면서 지역사회에 마땅한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애쓸 생각이다.

아울러 교구의 사목지침인 청소년 교육을 위해서도 지혜를 모아 전심전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울산지역사회를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전문가들과 현장 활동가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설립한 것이 ‘빛.소금 의료지원 운동’이다. 울산지역의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극빈자,장애인,북한이탈주민,이주노동자 등의 의료지원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가톨릭 의료인들과 울산광역시 의사회 의료봉사단 250여분이 동참한 의료지원운동으로 수술비 등 기본적인 경비는 신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충당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인 실천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 간 미사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4월12일은 2020 부활절입니다. 성당 미사는 그 동안 어떻게 대체돼 왔는지, 부활절 미사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2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가 초유의 일들을 겪고 있다. 교회역시 마찬가지다. 전쟁 때도 중단된 적이 없었던 미사까지 중단되었으니 말이다. 울산 대리구는 교구의 지침에 따라, 정부의 방역정책에 부합한 4월 6일 개학에 보조를 맞추어 4월 5일까지 미사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만일 현 사태가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된다면 4월 6일 미사재개 여부를 다시 판단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4월 6일부터 미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울산대리구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준비사항들을 꼼꼼히 점검하면서 미사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울산대리구의 각 본당은 비록 신자와 함께하는 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매일 각 성당에서 신부만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 매일 미사는 코로나 19로 인해 고통받는 병자들과 애쓰고 있는 의료인들 그리고 신자들, 우리 사회를 위한 특별 지향으로 봉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지역사회 전체가 두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모든 분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시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19 재난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촌의 문제이며 위기이다.

지금의 위기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생각과 그것을 기초한 정부의 집행 의지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의 역할은 정부의 방역수칙에 협조하며 잘 지키는 것이다. 나를 위해 지켜야 하지만, 남을 위해서 잘 지켜야 한다는 이타적 마음이 중요하다.

이 시점에 종교인들의 역할은 지금 현장에서 고생하는 모든 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감사를 드리는 것이고, 방역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해 힘을 보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이웃 사회적 약자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함께하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다양한 위기들을 겪었고 그것을 잘 이겨냈다. 미증유의 재난인 코로나 19사태 역시 우리 국민들의 현명함과 능력으로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봄이 왔다.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났고, 매화부터 벚꽃까지 새 생명들이 살아났다. 이제 곧 그동안 움츠렸던 우리들의 마음, 두렵고 무서웠던 우리들의 어두운 마음도 활짝 살아나기를 희망한다. 4월은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 부활절이 있다. ‘부활이요 생명이신’예수님의 생명이 우리들의 생명들과 함께하실 것이다. 홍영진기자

 *김영규(金永圭) 신부 약력
 1961년 생
 1990년 광주가톨릭대학교 졸업
 1990년 서면성당 보좌신부
 1992년 언양성당 보좌,주임신부
 1994~2004년 대만 보인(Fu Jen) 대학교 유학
 2005~2011년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2011~2014년 부산교구 학교법인 성모학원 상임이사
 2015~2019년 부산가톨릭대학교 총장
 2019년 울산대리구 대리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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