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 대확산 우려에
21일간 전국 봉쇄령 내리자
일자리 잃은 일용직 고향행
서로 뒤엉켜 전염에 무방비
도로 걷다 지쳐 사망하기도

▲ 28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가지아바드의 버스정류장에 일용직 근로자와 가족들이 고향행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들어 북적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구 13억5000만명의 대국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의 ‘국가봉쇄령’에도 수도 뉴델리의 일부 지역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근로자 수십만명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고, 확진자 수는 하루 최다 발생 기록을 경신했다.

29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지난 며칠간 뉴델리 안팎 시외버스 정류장들과 주 경계 및 고속도로 등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지방 출신 근로자 수십만명이 몰렸다. 이들 대부분은 건설 현장을 찾아 떠돌던 일용직 근로자와 그 가족들로 수백㎞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봉쇄령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당장 생계를 꾸리기 어렵게 되자 차라리 귀향을 결정한 것이다. 걸어서 고향을 가려는 이들은 주 경계와 도로로 몰렸다. 도롯가로 걷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이도 속출했고 걷다 지쳐 사망한 이도 나왔다.

그 외 수만 명은 각 주에서 마련해준 귀향 버스를 타겠다며 뉴델리와 인근 도시의 시외버스정류장 등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뉴델리 인근 노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27일 하루에만 4만명이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다른 지역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시외버스정류장과 여러 공터에는 귀향 근로자를 실어나르려는 차량 3000여대가 몰려들었다.

현지 TV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을 보면 줄을 선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 근로자는 서로 버스에 타겠다고 뒤엉켜 밀려든 바람에 난장판이 연출됐다. 일부는 출발하려는 버스 위에 올라타기도 했다.

정부가 거듭 강조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완전히 무시된 셈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도 상당수였다. 특히 이들은 밀폐된 버스에서 밀집된 상태로 귀향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도의 신종코로나 확진자 수는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누적 수십명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주부터는 신규확진자가 하루 80~90명가량으로 늘어났다. 그러다가 28일 하루 동안에는 180여명의 감염자가 발생, 확진자 수는 909명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NDTV는 “인도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확진자 수로는 가장 많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25일부터 21일간 발동된 봉쇄 기간에는 학교, 교통 서비스, 산업시설을 모두 폐쇄하고 주민 외출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식품점, 은행, 병원, 주유소 등 생활 필수 시설 운영과 이와 관련한 외출·배달만 허용된다.

한편,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인도는 확진자 수 급증에 대비해 운행이 중단된 열차 차량 일부를 격리 시설로 이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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