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우리가 글쓰기를 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과정이 띄어쓰기이다. 우리 문법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 중 대부분은 띄어쓰기를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중 하나는 원래 우리말은 띄어쓰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양 언어 문법의 영향을 받아 현행 띄어쓰기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시기는 1930년대부터이다.

우리말 띄어쓰기를 해결할 요술 방망이는 없다. 그래도 ‘한글 맞춤법’을 다시 챙겨 보면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글 맞춤법 제5장 띄어쓰기’에 띄어쓰기 규정이 제시되어 있다.

제1절 조사. 우리말 단어는 띄어쓰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꽃이, 꽃이나마, 어디까지나’이다. 여기에 조사가 둘 이상 겹치거나, 조사가 어미 뒤에 붙는 경우도 붙여 쓴다. ‘집에서처럼, 나가면서까지도’이다.

제2절 의존명사,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 및 열거하는 말을 규정하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에서 ‘것’은 의존명사이기에 띄어 쓴다. 그리고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도 띄어 쓴다. ‘차 한 대’ ‘열 살’ ‘조기 한 손’이다. 다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려 쓰일 때는 붙여 쓸 수 있다. ‘두시 삼십분 오초, 삼학년, 2020년 3월 30일’이다. 그런데 수를 적을 적에는 만 단위로 띄어 쓴다. ‘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56만 7898’이다. 두말을 이어주거나 열거할 적에도 띄어 쓴다. ‘국장 겸 과장’ ‘청군 대 백군’ ‘책상 걸상 등이 있다’이다. 이 중에 ‘겸, 대, 등’을 관심 있게 보아야 한다.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그때 그곳, 좀더 큰것’이다.

제3절 보조용언.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때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불이 꺼져 간다’, ‘불이 꺼져간다’이다. 앞이 원칙이고 뒤의 경우는 허용한다.

제4절 고유 명사 및 전문 용어. 성과 이름은 붙여 쓰고,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쓴다. ‘홍길동’ ‘성춘향 여사’이다. 전문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만성골수성백혈병’이다. 이 글도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었는지 걱정이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