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소영 울산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팀장

올해 22세가 되는 은(가명)이는 알코올중독 아버지와 신용불량자 어머니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학교밖청소년이다. 초·중학교 때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심하게 당한 후 정규학교에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학교밖청소년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학교를 나온 첫 해부터 은이가 겪게 된 불평등과 부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지만 지금은 유치원 교사를 꿈꾸며 자신의 길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았더라면 결코 느낄 수 없었고, 경험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학교밖청소년으로서 하나씩 겪고 고비를 넘기면서 은이는 세상 속에 굳건히 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한다. 특히 지역 내 학교밖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있는 꿈드림센터에서 은이는 검정고시 공부도 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학교밖청소년들은 매년 전국적으로 5만 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 지역의 경우 매년 학생수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였을 때 2019년 발표된 학업중단청소년의 수는 오히려 전년대비 6.4%가 증가하여 지역 내 학교밖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교육에 비해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의 경우 학습지원 뿐 아니라 자립과 취업에 대한 지원까지도 필요로 한다. 현재 울산에는 학교밖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울산광역시, 남구, 동구, 북구, 울주군 총 5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검정고시반 운영, 대학입시설명회 등을 통한 학습지원을 비롯하여 학교밖청소년 무료 건강검진, 수학여행, 체육활동 등을 통한 건강 및 활동지원, 인턴십, 직업체험, 창업동아리 운영 등을 통한 자립지원 등 학교밖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춘 프로그램들이 기획·운영되고 있다.

“학교를 나오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학교밖에도 꿈은 있었고 오히려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다 겪어 낸 은이의 말처럼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학업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꿈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학교밖청소년이 되었다고 하면 문제아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혹은 사회의 낙오자처럼 취급되는 기존의 가치들에 학교밖청소년들은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무기력하게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룸학교, 취업성공패키지와 같은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들이 다양해지고, 취업 혹은 대학진학 등을 통한 진로 설계 역시 다양하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는 꿈드림 센터가 학교밖청소년들을 돕고 있으며 공부든 자립이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시점이 된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세상밖으로 나와서 더 멀리 뛰기 위해 한걸음 움츠린 개구리처럼 우리 학교밖청소년들은 세상에서도 자신의 미래와 꿈을 위하여 쉼 없이 움직이고 달리고 있다.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자신의 가치관을 올바로 세워 지역사회에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오늘도 짧기만 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은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더 큰 꿈을 찾기 위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새로운 선택, 두 번째 기회를 잘 선택하고 살아낼 수 있도록 우리 기성세대들이 이제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변소영 울산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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