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망 형량과 동일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나

시간조정 등 탄력적용 필요

“집 주변이 전부 어린이 보호구역이라 차 타고 나가기도 무서워요. 안 되겠다 싶어서 민식이법 개정 청원에도 동의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시행됐으나 시행 사흘만에 개정 청원이 24만명의 동의를 얻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민식이법이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가리킨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 카메라나 과속 방지턱,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운전자들이 개정을 요구하는 법안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개정안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규정 속도인 30㎞/h를 초과하거나 전방 주시와 같은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를 일으키면 가중 처벌을 하게 돼 있다. 어린이가 사망할 시 운전자는 3년 이상 징역이나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다.

운전자들은 이 처벌이 너무 과하다고 주장한다. 운전자 신모(여·58·북구)씨는 “당장 며칠 전에도 스쿨존을 지나는데 한 초등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로 튀어나오더라. 그 일을 겪고 나선 일부러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닌 길로 빙 돌아서 이동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를 막을 방법은 없지 않냐”면서 “대부분 교통사고는 운전자 과실로 잡힌다. 그럼 꼼짝없이 처벌을 받게 되는거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민식이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 운전자의 과실이나 고의가 있다면, 그 과실이나 고의만큼만 형벌을 집행해야 하지만 민식이 특가법은 운전자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진다. 이는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형량이 같다”면서 “음주운전과 같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과실범죄를 같은 선상에 두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식이법이 24시간 적용되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늦은 밤 시간대에 어린이 보호구역에 어린이가 다닐리 만무함에도 불구하고 24시간 법이 적용되면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어린이 보호구역을 운영중인 호주의 경우 ‘스쿨존의 날’을 운영하며 구체적인 스쿨존 운영날과 시간을 지정해 운영중이다. 호주의 ‘스쿨존의 날’은 주말과 공휴일, 공립학교 방학 때를 제외하곤 매일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9시30분, 오후 2시30분부터 4시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학생들이 등하교를 할 때만 스쿨존이 운영되도록 정해져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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