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생산성만 추구하던 세계화 넘어
느림·사회적거리두기·삶의질 향상 등
새로운 삶의 양식과의 균형 모색할 때

▲ 나종만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학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3월30일 현재 미국의 확진자 수는 전일보다 1만8558명이 증가해 13만9675명이고, 유럽에서도 급속히 확대되어 전 세계적으로 70만5285명이 확진되고 3만3254명이 사망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사율도 무시할 수 없는 이 신종 코로나는 세계경제에도 심각한 충격을 가하고 있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생산시설이 가동 중단되고 출입국이 제한되었으며 전염이 심한 지역은 봉쇄되기도 했다. 이로해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global supply chain)이 크게 훼손됨과 동시에 수요도 급감했다. 각국 공장과 기업의 가동과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일자리와 소비가 줄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감했던 것이다. 실업률도 급증했는데 미국의 경우,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328만 건)는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게다가 신종코로나 사태에 의한 급격한 수요감소로 유가가 폭락했고, 세계 3대 산유국인 미국, 사우디, 러시아 간에 감산이 합의되지 못한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미국 셰일업체들의 도산 가능성은 금융위기로 번질 기미도 보였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신종코로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양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2조2000억달러, 독일은 1조1000억 유로 규모의 슈퍼 부양책들을 발표했으며, 우리나라의 정책 규모도 총 132조원에 이른다.

현재 신종코로나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세계 각국과 우리나라의 대응책들을 보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는 현재의 신종코로나 사태를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신종코로나를 단순히 독감 정도로 인식하고 단기적으로 대응하다 타이밍을 놓침으로서 확산을 제어하지 못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슈퍼 부양책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 역대 최고의 슈퍼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현재와 같은 속도의 자영업과 기업의 셧다운과 실업자 폭증에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세계적 표준이 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응정책도 신종코로나 사태와 그 후유증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재편할 필요가 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제로금리, 양적완화, 천문학적 규모의 슈퍼 부양책들의 부정적 영향들에 대한 검토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구체적 관점에서 사안별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는 이전 경제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전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은 국가재정 혹은 금융의 위기였다. 그런데 이번의 경제위기는 본질적으로 신종코로나에 의해 촉발된 수요와 공급의 동시 충격에 의한 실물경제의 위기이다. 그래서 신종코로나 사태로 인한 생산 중단, 해고와 실업, 소비 급감과 자영업 피해 등을 면밀히 살피고 사안별의 구체적 대응책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통화정책(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과 재정정책(정부의 부실자산 매입과 수요 진작)과 함께, 기본소득과 재난긴급지원이 결합된 실질적인 민생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 실업자, 빈곤계층 등에 대한 사안별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는 소통과 상생의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종코로나 치료제가 아직 없고, 백신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사태는 신종코로나의 확산이 감소하고 의약품이 개발될 때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신종코로나의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사회 내에서 소통과 상생에 기반을 둔 사회적 합의와 각국 간 적극적인 글로벌 협력은 필수적이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현재의 경제위기는 빈부격차, 공급과잉, 저금리 등과 같은 이미 만성질환 상태에 있던 세계경제가 신종코로나의 충격으로 해서 드러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키면서 효율과 생산성만을 추구하던 세계화(globalization)와 기존 세계경제체제를 넘어 느림과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이 강조되는 새로운 균형과 삶의 양식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것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던져준 또 하나의 숙제일 것이다. 나종만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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