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입체미·조형미 살려 사진으로

수몰전 한실·세인마을 풍경선

터전 내어준 실향민 애환 담아

▲ 울산 원로 사진작가 서진길씨가 작품집 <반구대암각화, 대곡천 삶의 흔적>을 출간했다.
울산문화계의 원로 사진작가 서진길씨가 작품집 <반구대암각화, 대곡천 삶의 흔적>을 출간했다.

책에는 1962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 이어 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태화강 상류 대곡천에 사연댐을 건설하면서부터 현재까지 약 60년의 시간을 담았다. 수록사진은 모두 220여 점이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찍은 작품은 바위면을 부분적으로 클로즈업 해 입체적 영상미를 살려냈다. 실제의 반구대암각화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요즘 상황에서 고래, 사람, 사람 얼굴, 호랑이, 사슴 등 바위면에 남겨진 선사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또 국보 제147호 천전리각석의 수많은 기하학적 문양과 그림, 글씨, 대곡천 너럭바위에 패인 1억년 전 공룡 발자국도 선명한 음양과 조형으로 되살아난다.

사연댐에 수몰되기 전 한실·세인·옹태마을의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다. 초가집, 초가지붕의 잔설과 연기, 촌부, 소질매, 디딜방아, 거룻배 사진은 한없이 정겹고 평화롭게 보인다.

그러나 1983년과 2011년, 2016년 등 극심한 가뭄으로 사연댐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 서씨의 집념 어린 렌즈가 옛 마을의 흔적을 추적한 작품에서는 삶의 터전을 공업 도시 건설에 내주고 떠났던 이주민의 애환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옛 정취를 간신히 간직하고 있던 대곡천 상류의 방리·상삼정·하삼정·구석골·양수정마을마저 2004년 대곡댐에 잠기자 그 곳의 문화유산과 삶의 흔적도 작품으로 남겼다.

서 작가는 “57년 만에 묶은 이번 작품집은 인생을 바친 혈작”이라 자평하면서 “반구대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힘을 모으는 때에 대곡천 암각화군의 가치와 울산이 아름다운 고장임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959년 ‘민심’으로 사진작가로 데뷔한 서진길 작가는 울산의 격변기 기록과 정체성을 살린 <우리 사는 땅>(1988년), <사진으로 보는 울산 100년>(2009년), 경주 남산의 역사문화 유적을 영상미학으로 재탄생 시킨 <숨결>(2006년) 등의 작품집을 펴냈다. 한국예총 울산지회장,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울산문화원장 등을 지냈고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상, 2006년 대한민국 문화훈장(화관장)이 서훈됐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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