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100년전 일제강점기 유리건판에 남은 가학루

‘루’자 손수변으로 잘못 판각
오류 고쳐 새로 걸자 주장에

“서체 특성상 그렇게 보여”
오류 아니라는 반박도 제기

가학루(駕鶴樓)는 울산동헌(울산시 중구 북정동)의 대문이다. 1859년 부사 이충익이 중건한 뒤 1930년대까지 존재하다 사라졌고, 약 80년이 지난 2017년 재건립 돼 지금에 이른다. 최근 가학루 현판이 잘못 새겨졌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서체의 특성상 그렇게 보일 뿐 오류는 아니라는 또다른 의견이 나오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다만 가학루는 울산시유형문화재 제1호인 울산동헌의 부속건물이다. 게다가 1년 뒤인 2021년 울산시립미술관이 바로 옆에 개관할 경우 더욱 많은 유동인구에 노출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교체를, 문제가 없다면 이해와 설득으로 하루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2017년 연말 건립된 현재의 가학루

울산에서 활동하는 이수우 금석문 연구자는 가학루 현장 점검에서 “樓(루)자의 나무 목변(木)이 손 수변( )으로 새겨졌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 판각된 현판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가학루와 같은 누각에는 ‘樓’(누각 루)자를 써야 하는데 ‘ ’(끌어모을 루)자로 새겨졌다는 것이다. 현판을 본 시민들 중에는 실제로 이 연구자의 말처럼 가학루(駕鶴樓)가 아니라 가학루(駕鶴 )로 보인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가학루 건립 및 관리 주체인 울산시 중구는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 자문을 구한 뒤 오류가 있다면 바로 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같은 입장이 바뀌었다. 현판에 쓰여진 한자 초서의 특성상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00년 전 일제강점기 유리건판사진 속 가학루의 현판과 비교해도 현재의 현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계화 울산 중구 문화관광과장은 “민정희 충남역사박물관장, 엄형섭 울산문헌연구소장, 배성근 서예가 등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초서체 흘림은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기에 현판 글씨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현판 교체 계획을 별도로 세우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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