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자 손수변으로 잘못 판각
오류 고쳐 새로 걸자 주장에
“서체 특성상 그렇게 보여”
오류 아니라는 반박도 제기
가학루(駕鶴樓)는 울산동헌(울산시 중구 북정동)의 대문이다. 1859년 부사 이충익이 중건한 뒤 1930년대까지 존재하다 사라졌고, 약 80년이 지난 2017년 재건립 돼 지금에 이른다. 최근 가학루 현판이 잘못 새겨졌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서체의 특성상 그렇게 보일 뿐 오류는 아니라는 또다른 의견이 나오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다만 가학루는 울산시유형문화재 제1호인 울산동헌의 부속건물이다. 게다가 1년 뒤인 2021년 울산시립미술관이 바로 옆에 개관할 경우 더욱 많은 유동인구에 노출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교체를, 문제가 없다면 이해와 설득으로 하루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이수우 금석문 연구자는 가학루 현장 점검에서 “樓(루)자의 나무 목변(木)이 손 수변( )으로 새겨졌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 판각된 현판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가학루와 같은 누각에는 ‘樓’(누각 루)자를 써야 하는데 ‘ ’(끌어모을 루)자로 새겨졌다는 것이다. 현판을 본 시민들 중에는 실제로 이 연구자의 말처럼 가학루(駕鶴樓)가 아니라 가학루(駕鶴 )로 보인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가학루 건립 및 관리 주체인 울산시 중구는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 자문을 구한 뒤 오류가 있다면 바로 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같은 입장이 바뀌었다. 현판에 쓰여진 한자 초서의 특성상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00년 전 일제강점기 유리건판사진 속 가학루의 현판과 비교해도 현재의 현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계화 울산 중구 문화관광과장은 “민정희 충남역사박물관장, 엄형섭 울산문헌연구소장, 배성근 서예가 등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초서체 흘림은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기에 현판 글씨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현판 교체 계획을 별도로 세우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