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용현 울산지방경찰청 1기동대 경장

흔히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걷다보면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습니다. 00월00일 오전 0시께 발생한 사고로 위 사고를 목격하신 분은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볼 수 있다. 누군가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이다. 요즘 CCTV와 블랙박스 설치 보급으로 사고를 내고도 도망가는 양심 없는 운전자들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보이지않는 곳에서는 뺑소니 사고가 생겨나고 있다.

뺑소니 사고의 가장 큰 안타까운 점은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지 못하는 데 있다. 사고 직후 바로 병원으로 가서 응급조치를 취한다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인데도 운전자의 뺑소니로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장으로부터 달아난다고 이미 발생한 사고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그 죄책감은 평생을 함께할 것이다. 또한 그로 고통을 받게되는 것은 피해자 가족까지도 포함된다.

문제는 이러한 고통이 경제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많은 돈이 드는 수술비, 입원비 등은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은 누구나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뺑소니, 무보험 사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나라에서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정부보장사업)’을 운영 중이다. 보상대상으로는 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뺑소니 자동차)에 의한 사고 피해자, 의무보험(책임보험 또는 공제)에 미가입한 자동차에 의한 사고 피해자, 도난(또는 무단운전)된 자동차에 의한 사고 피해자로 자동차 보유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에 손해의 발생을 안 날(통상 사고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보험협회 통합 콜센터(1544·0049)에 문의하여 신청하면 된다.

위와 같이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사업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사실 확인원’을 발급받아야 신청 가능한데 이는 교통사고 조사가 종결된 이후에만 발급받을 수 있어 보상금 신청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수술비와 입원비 등 목돈이 들어갈 곳은 많은데 사고 조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지급 가능하니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을 것이다. 여기저기 급한 대로 돈을 빌리고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아 높은 이율로 돈을 빌리는 등 무리한 대출로 한 가정이 휘청거릴 지경에 처하기도 한다. 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경찰에서는 ‘교통사고 접수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교통사고 접수증 제도는 무보험 또는 뺑소니 사고로 인한 피해자임을 확인하는 것으로 현재 교통사고를 접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해당 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 신청하면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하루라도 빨리 보상을 받을 수가 있으니 가능한 빠른 시간에 지급되기를 원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교통사고.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미 벌어진 사고에 대해서는 대처가 더 중요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평생의 죄책감을 생각한다면 도망은 현명치 못하다. 평생을 자기 자신의 죄책감과 자기 합리화로 싸우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누구에게나 교통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다.

류용현 울산지방경찰청 1기동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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